[경제칼럼] 워킹푸어 줄여야 희망 있다

입력 2015-02-04 05:00:00

직장인 10명 중 7명 "나는 푸어족", 일하면서도 고용 불안+저축 제로

1959년 부산생. 충암고·서울대. 서울대 경제학과 석·박사.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대구가톨릭대 경상대학장 역임
1959년 부산생. 충암고·서울대. 서울대 경제학과 석·박사.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대구가톨릭대 경상대학장 역임

원인은 부의 양극화'일자리 부족, 정부가 중산층 강화 적극 나서야

대학을 졸업하고도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월 80만~100만원의 임시직을 전전하는 이들, 뼈 빠지게 일해도 150만원 안팎의 월급을 받는 외국인 근로자들, 넓게는 고졸 노동자들, 지방대 출신자들, 여성 노동자들, 3D 노동자들.

힘들고 어렵지만 다른 선택권이 없는 이들에게 이 세상은 가혹하기만 하다. 이른바 근로빈곤층인 '워킹푸어'(Working Poor)다.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일자리가 있지만 고용이 불안하고 저축도 없어 언제라도 절대빈곤층으로 떨어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대기업, 정규직으로 대표되는 소수의 1차 노동시장과 나머지 다수의 2차 노동시장도 그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한 취업알선기관이 남녀 직장인 1천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푸어족 체감 현황'에 대한 조사에서 10명 중 7명 정도가 자신을 항상 돈이 부족한 '푸어(Poor)족'이라고 답했다. 실제 우리나라 중산층 4가구 가운데 1가구는 중산층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의 워킹푸어 비율은 특별시'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다. 국세청의 근로장려세제(EITC) 지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8월 기준 대구의 EITC 지급 비율은 4.9%로 전국평균(4.3%)보다 높다. 대구의 경우 87만4천 가구 가운데 4만3천 가구가 근로장려금을 받고 있다.

근로장려세제는 일정 소득 이하의 근로소득자를 대상으로 쓴 돈이 번 돈보다 많을 경우 그 차액을 환급해 주는 제도다. 대구는 급여 수준이 높은 제조업체가 많지 않은데다 상대적으로 근로 조건이 열악한 서비스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일을 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국민 1인당 GDP는 3배 늘었지만 중산층 비율은 76%에서 69%로 오히려 떨어졌다. 한번 중산층에서 탈락하면 중산층으로 다시 복귀할 가능성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이런 중산층 위기에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기업은 과거에 100개 만들던 일자리를 20~30개로 줄이고 간접'비고용, 하청 등을 늘리는 편법으로 수익률을 높여왔다.

2014년 한국의 최저임금(5천210원)은 평균임금의 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 수준인 50%에 한참 못 미친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가운데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받는 근로빈곤층 비중은 25.9%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국내 빈곤율은 1990년대 초반 꾸준히 떨어졌다가 1990년대 후반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공공 부문의 임시직 증가와 민간의 비정규직 확대에 따른 임금 소득 하락으로 저소득 근로빈곤층이 확대되는 추세다.

워킹푸어의 가장 큰 원인은 양극화, 즉 부의 쏠림 때문이다. 고도성장기가 끝나면서 경제성장이 빈곤율을 낮추는 이른바 낙수 효과가 사라졌다. 워킹푸어족들이 임시직이나 비정규직을 전전하게 되면 안정된 소비지출이 줄어 경기 부진의 악순환을 겪고, 더 악화되면 절대 빈곤층을 양산해 사회불안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워킹푸어를 중산층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결혼과 주택자금, 육아, 학자금 등 사회 차원에서 감당할 비용을 개인이 오롯이 떠안는 고비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높은 주거비와 전셋값, 생활비가 '체감 빈곤율'을 높이며 돈을 모을 수 없는 구조로 만들었다. 최근 3년간 전국 전세가격지수의 상승률은 26%에 달해 소득, 물가보다 훨씬 빠르게 올랐다.

심화되는 부의 쏠림을 재분배할 순기능적 제도 보완을 위해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워킹푸어' 간 일자리 쟁탈전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임금피크제, 노인 재고용, 연금가입 및 소득 보조 프로그램 확대 등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근로 감독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남용업체의 조달 자격 제한 등 민간 부문의 정규직화를 촉진하고 사내 하도급을 억제하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전강수/대구가톨릭대 교수·경제금융부동산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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