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건축 경기 가파른 상승세
제조업이 어렵고 일자리도 줄어드는 등 경기가 전반적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경북도내에서 아파트'건물을 짓겠다며 나서는 사람들이 최근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 사업승인'분양승인이 급증세이고, 땅을 확보하려는 토지거래 수요도 솟구쳐 나오고 있다.
날이 갈수록 돈 가치가 떨어지면서 갈 곳 없는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는 '유동성 집중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일단 추정된다. 혁신도시'도청이전신도시 개발에다, 포항 KTX역사 신설 및 구미 광역전철망 개통 예상 등 교통 여건이 획기적으로 좋아진다는 호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면서 경북도내 '건축 수요'는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건축 수요가 열기를 타면서 세금 수입도 증가, 경북도는 물론 도내 상당수 시'군이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줄을 잇는 아파트 사업
2000년대 이후 단 한 건의 아파트 건설 사업 승인이 없었던 경북 예천. 이곳에 지난해부터 아파트 광풍이 몰아닥쳤다. 도청 이전 신도시에 편입된 예천에 지난해 1월부터 불과 10개월 동안 1천287가구의 아파트 사업계획 승인이 난 것이다.
혁신도시로 지정돼 공공기관 이전이 올해 마무리되는 김천에서도 2011년 한 건도 없던 아파트 사업계획 승인이 지난해 3천544가구로 폭증했다.
경북도내 최대 도시로 두터운 아파트 수요를 갖고 있지만 철강 및 전자산업 경기 추락으로 구매력이 예전 같지 않은 포항'구미도 지난해 아파트 사업 승인이 각각 3천924가구, 3천836가구를 기록, 전 해에 비해 갑작스레 2, 3배나 늘었다.
아파트 사업계획 승인이 봇물을 이루면서 제 때 승인을 받지 못한 아파트 경우, 업계에서는 금기시해왔던 한겨울 분양도 마다치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양 열기는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9일 분양에 나선 구미 강변코오롱하늘채 경우, 최근 1년간 구미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의 청약기록을 갈아치웠다. 75형이 1순위 4.7대 1로 최고청약률을 기록했고, 69A형 2.42대 1, 70형 1.32대 1로 1순위 청약마감됐다. 견본주택을 연 뒤 3일간 2만여 명이 몰렸다.
대구의 위성도시 역할을 하는 경산도 지난 3천254가구의 아파트 사업 승인이 나면서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경북도내 지난해 전체 아파트 사업 승인은 2만418가구를 나타내면서 지난해 대구 사업 승인 물량(1만1천589가구)을 추월한 것은 물론, 대구의 2배 물량을 향후 2, 3년 내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공급 물량뿐 아니라 '사겠다'는 사람도 가파른 증가세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분양가도 치솟고 있다. 경북도내 분양가 증가율은 서울'대구 등 대도시를 앞지르고 있다. 경북도내 분양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지난해 3.3㎡당 677만8천원을 기록, 전년대비 11.16% 증가하면서 서울(9.09%↑), 대구(5.31%↑)를 따돌렸다.
◆땅 잡아라, 건물 짓자
경북도내 건축허가는 지난 한 해 2만 건(아파트 제외)을 넘기면서 최근 10년 새 최대치를 쏘아 올렸다.
혁신도시가 만들어지는 김천은 최근 몇 년간 연간 1천 건이 안 되던 건축 허가 건수가 지난해 1천41건을 기록, 연간 1천 건 시대를 열었다. 2013년 695건에 비하면 2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특히 200㎡ 이하 건축신고는 2013년 503건에서 2014년 645건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지만, 200㎡ 이상 규모의 건축허가 건수는 2013년 192건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399건으로 2배 이상 폭증했다. 대형건축물에 대한 건축인허가가 김천 혁신도시에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경북도내에서 가장 오지로 인식되는 울진에까지 건축 수요가 몰리고 있다. 2011년 403건이었던 울진의 한 해 건축허가 건수는 지난해 25%나 증가, 502건으로 늘어났다.
울진은 추가적으로 원자력발전소가 더 들어설 예정이어서 이곳의 개발 수요가 점차 커지는 것으로 역내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안동과 예천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사실상 건축허가에 제한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값 상승률은 전국 10위 안에 들면서 건축 대기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예천의 지난해 땅값 상승률은 전년 대비 4.17%, 안동은 3.47%로 나타나면서 도내 최고는 물론,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경북도 평균 땅값 상승률은 1.957%로 전국 평균 1.633%를 웃돌았다.
◆갈 곳 없는 돈 부동산으로 몰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금융 투자를 통한 돈 불리기가 벽에 부딪히면서 갈 곳 없는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경북도내 권역별로 개발 호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것도 건물'땅 수요를 키우고 있다. 도청 이전 신도시'김천혁신도시라는 도내 양대 축을 이루는 개발 촉매제 외에도 권역별로 다양한 사회간접자본이 만들어지면서 집 짓는 망치 소리가 덩달아 커지고 있다.
포항의 경우, KTX 역사 신설 및 동해중부선 철도, 포항~울산 고속도로 개통 등의 호재가 있고, 구미도 대구와 직결되는 광역전철망이 국책사업으로 추진되는 것도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구미'대구'경산이 하나의 교통권으로 묶이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경산과 영천은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 최대 수혜지로 떠올랐고, 칠곡군도 4월로 예정된 대구도시철도 3호선 개통으로 인해 아파트'건물 등 건축 수요가 최근 급증세다.
◆불경기에도 곳간 불어나는 지자체
건축물을 허가받을 때 등록면허세를 받는 것을 비롯해 건축물 사용승인을 받으면 취득세'지방교육세를, 허가가 모두 마무리되면 재산세'지방교육세'지역자원시설세를 받는 등 '건축물'은 지방세 효자다. 이 때문에 최근 건축 경기 호황은 경북도를 비롯해 시'군에 보너스를 안겨주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해 1조2천억원가량의 지방세 수입을 예상했지만 건축 경기 호황에 힘입어 1조5천388억원의 지방세(도세)를 거둬들였다. 올해 예상치는 일단 1조3천800억원이지만 지난해 아파트 사업 승인 등을 고려할 때 이보다 최소 1천억원 이상은 더 거둬들일 전망이다.
도내 시'군도 사정은 마찬가지. 혁신도시 바람을 타고 있는 김천시의 취득세 수입은 최근 크게 늘어났다. 2013년 528건, 27억2천800만원이던 신축 건물 취득세는 지난해 613건, 73억300만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경북도 김진현 예산담당관은 "건축 경기 호황 덕분에 올해 세수도 예상치를 상회, 지역민들을 위한 행정 서비스 재원 마련 여건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경철 기자 koala@msnet.co.kr 김천 신현일 기자 hyunil@msnet.co.kr 칠곡 이영욱 기자 hello@msnet.co.kr 권오석 기자 stone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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