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협동조합

입력 2015-02-03 07:07:13

협동조합의 고전적 의미는 경제적 약자들이나 사회적 소외계층이 자신들의 처지 개선과 이익 증진을 위해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운영하는 조직단체를 말한다. 협동조합은 자발적'민주적'자조적'자율적 조직운영과 사업경영이라는 측면에서 정부기업과 다르다. 조합의 이윤 추구보다는 조합원에 대한 봉사가 목적이라는 데서 주식회사와도 구별된다. 임금투쟁이나 노동운동이 주목적인 노동조합과도 차이가 있다.

근대 협동조합의 효시는 19세기 영국에서 발족한 롯치데일조합이다. 영국의 협동조합이 노동자 생활개선 위주의 소비조합 형태로 시작되었다면, 프랑스와 독일의 협동조합은 생산조합과 신용조합의 성격이 강했다. 민간이 주도한 우리나라의 초창기 협동조합은 일제강점기 때 일어난 물산장려와 납세거부, 소작쟁의, 민립대학설립 운동 등을 들 수 있다.

우리 고유의 협동조직인 계와 향약의 정서를 바탕으로 지식인과 농민'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소비조합과 신용조합을 조직함으로써 경제적 자력갱생은 물론 계몽활동과 독립운동을 지향한 것이다. 심지어 기생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한 가운데 서울은 물론 진주와 대구 등 전국에서 만세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협동조합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다양한 형태의 조직과 단체로 진화해왔다.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당초의 이념을 벗어나 조직의 외연 확대와 경영 위주로 기우는 현상도 많이 나타났다.

협동조합 운동은 한 시대의 반영이기도 하다. 1972년에 발표된 이문구의 중편소설 '해벽'은 어협 조합장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산업화에 밀린 어촌의 비극과 어민들의 소외된 삶을 그렸다. 재개발 조합장의 애환과 개발 지상주의의 아픔을 담은 '꼰대'라는 소설도 있다. 반면 이탈리아 영화 '위캔두댓'(We can do that)은 정신병원 환자들과 의사가 마룻바닥을 시공하는 협동조합을 설립한 실화를 바탕으로 진정한 협동조합의 의미를 그렸다.

요즘은 별의별 협동조합이 다 있다. 오만가지 강좌를 여는 '지혜공유협동조합', 해고 노동자들의 기술과 경험을 활용한 '유지보수협동조합', 소외계층의 자활을 돕는 '기부협동조합'에다, 경북 칠곡에서는 인문학을 주제로 마을 단위가 조합원이 된 '인문학마을협동조합'까지 등장했다. 한편으로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빚어지는 과열과 혼탁양상을 보면서, 협동조합 본래의 가치와 사회적 존재 의의를 새삼 되돌아본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