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경북 곳곳서 과열 양상
3월 11일 전국 조합장 동시선거를 앞두고 벌써 곳곳에서 과열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상호 비방과 흠집내기가 판치고 불'탈법 선거 행위도 잇따라 적발되는 판국이다.
현직 조합장의 자리를 이용해 다른 경쟁자들을 저지하거나, 현직 조합장이 추진 중인 각종 사업에 대한 비난도 난무하는 상황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정치인들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불법선거로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을 당하는 행태가 거듭되고 있다.
◆경쟁자는 현직 흠집내기
현직 조합장에 대한 비난 수위도 높다. 문경 한 농협의 경우 지난달 22일부터 조합원 20여 명이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조합장이 선심성 사업만 벌인다는 게 이유다.
현직 조합장의 갖가지 비리 의혹도 재생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린 김천 모 농협 대의원 총회에서는 감자 매취사업(농산물을 산지에서 구매해 소비자나 다른 구매처에 판매하는 것)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이 농협은 2012년 감자 매취사업을 한다며 다른 농협으로부터 감자를 사들여 대형 거래처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1억4천만원의 손해를 봤다. 이 사건은 지난해 하반기 농협중앙회 감사를 받았고 조합장이 4천만원을 배상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지난달 30일 다른 김천의 농협 대의원총회에서도 현 조합장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2013년 한 유통업체를 통해 사과 매취사업을 벌여 1억2천여만원의 손실을 입은 것을 두고 조합장이 배상하라는 것이다. 한 농협 조합원은 "감사가 끝나고 이사회에서 징계와 변상이 의결된 사건을 다시 대의원 총회로 끌어내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직 조합장은 경쟁자 밀어내기
안동의 한 농협은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돈 잔치에 나섰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직원들에게 선심성 성과급을 주고 조합원들에게 거액의 배당금까지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곳 농협 관계자는 "조합 수익이 전혀 없는 상황인데도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수억원을 지급했다. 게다가 조합원들에게는 거래 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적립해둔 대손충당금으로 1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주려고 한다. 전형적인 선심성 집행"이라고 비난했다.
안동의 다른 농협은 조합장 출마 자격을 강화해 논란이 일었다. 조합장 입후보 자격으로 출자좌수를 2010년 150구좌 이상에서 2012년 12월 400구좌 이상으로 조정했고, 보유기간도 2년 이상으로 정했다. 2년 전 출자좌수를 확보하지 않았다면 올해 조합장 선거에 아예 출마도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2010년 출마했던 대의원이나 새로 조합장에 도전하는 대의원은 대부분 출자좌수가 부족해 출마 자격조차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농협은 선거를 앞두고 현 조합장 A(53) 씨가 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고가의 가전제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말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경찰은 A씨가 2012년 계약직 직원 B씨를 정규직으로 발령내면서 B씨의 아버지 C(57) 씨로부터 380만원 상당의 김치냉장고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조합장 A씨는 "상대 후보가 나를 무너뜨리려고 근거도 없는 내용을 경찰에 제보한 것"이라고 했다.
◆대리전 양상에 극에 달한 상호 비방
일부 조합에서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지역 정치인과 운동원들이 조합장 선거에 깊이 간여하고 있다는 의혹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역 여론을 주도하는 조합장 자리를 측근이 차지할 경우 표심을 움직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안동의 한 농협 경우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경선위원장을 맡아 지역구 국회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된 현직 조합장과 전 국회의원의 인척인 출마 예상자가 맞붙게 됐다.
출마 예상자들끼리의 상호 비방도 극을 향해 치닫고 있다. 영주 한 농협에서는 '모 후보가 읍장과 파출소장을 쫓아내기 위해 부시장을 찾아가 로비했다. 모 후보가 몸담고 있는 단체가 모임을 열면 파출소장이 교통법규 위반이나 음주운전 단속을 한다'는 등의 루머가 퍼지고 있다.
경주에서는 성폭행 문제까지 제기됐다. 한 출마 예상자는 "(다른 경쟁자가) 조합원들에게 내가 식당 아줌마를 성폭행했다는 소문을 퍼뜨려 처벌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냈다"고 했다.
경주의 한 조합장은 재직 시 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실추된 명예를 되찾겠다"며 애초 불출마하겠다던 약속을 번복했다. 이 조합장은 지난해 농협 자재창고를 짓는 과정에서 실제 공사비보다 부풀려 계약을 맺는 수법으로 수천만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경주시 또 다른 조합장은 지난해 추석 때 일부 조합원들에게 '과도한' 추석 선물을 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를 받고 있다. 울진군 원남농협의 한 출마 예상자는 조합원들에게 쇠고기 선물세트를 돌렸다가 선관위에 단속됐다. 영덕군 한 조합에서는 수사당국과 선관위의 눈을 피해 역외 관광이나 행사에서 불'탈법 선거운동을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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