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꿈꾸는 인문학] 내 안에서 별을 찾는 인문학 교육

입력 2015-02-02 05:00:00

학교에서 인문학 교육을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자리에서 동료 교사로부터 '인문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흔히 '인문학'이라면 문학, 사회, 철학에 대한 저작물을 읽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학생들도 이와 다르지 않기에 인문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조차 하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학교에서 배웠거나 배우게 될 인문학 교육에 대해 기대조차 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차피 자신들의 수준, 흥미와 상관없이 유수의 전문가와 기관이 읽어두면 좋다고 말하는 동서양 고전을 읽힐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호기심' 유전자를 갖고 태어납니다. 아기는 옹알이 단계에서 벗어나 아주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 눈과 귀, 코와 입, 피부를 통해 느끼는 온갖 외부 사물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합니다. 일요일 저녁 아빠들이 아이들을 키우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쌍둥이 형제가 아빠에게 1초 단위로 질문을 퍼붓는 모습이 자주 등장합니다. 아빠는 이전 질문에 답할 사이도 없이 아이의 다음 질문을 받습니다. 이처럼 인간은 질문을 통해 세상을 배워 나갑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모를 그토록 귀찮게 만들었던 질문이 사라집니다. 교육의 힘이 인간의 유전자를 이긴 것인지 해가 갈수록 아이들은 질문을 하기보다는 질문에 답하는 것에 익숙해집니다. 더 이상 궁금한 것이 없고, 새로운 것을 하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마도 무엇인가가 주위 사물을 관찰하고 궁금한 것을 찾을 시간과 기회를 빼앗아 버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인류가 존재했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궁금함'의 유전자를 발현시키기보다 다른 사람이 찾아낸 것을 자신이 찾던 정답으로 인정해버리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아이들은 소중한 것은 외부에 존재하고, 자신은 너무나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자격지심을 갖게 됩니다.

1월 초 계명대에서 교사 대상 인문학 독서토론 연수가 진행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한 선생님은 '여덟 단어'(박웅현 지음)를 읽고 책이 자신의 삶을 통과하는 경험을 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현재 일반고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일반고는 모두 아시는 것처럼 수능에 출제되는 과목 위주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수능에 출제되지 않는 과목을 가르치는 저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다른 과목을 공부하고 있으면 불같이 화를 냅니다. 학생들이 저를 무시하기 때문에 다른 과목을 공부한다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여덟 단어에서 자존은 중심점을 안에 찍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는 구절을 읽고 제 행동에 대한 답을 찾았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중심점을 바깥에 놓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전전긍긍하며 살았던 겁니다. 더 가슴 아픈 일은 건강하고 멋진 제 아들놈도 저와 마찬가지로 매사에 자신 없어 한다는 거죠. 아마 아비를 닮아서 그런가 봅니다."

이 선생님은 돌아가는 대로 아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자신 안에 중심을 둔 채 별을 찾는 연습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누구나 마음속에는 별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선생과 학생, 마을 주민들이 모여 책을 읽고 저마다의 마음속에서 별을 찾는 일, 그것이 인문학 교육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학교에서 해야 할 인문학 교육은 단순히 동서양 고전을 읽는 것을 넘어 대구 교육이 오랜 시간을 두고 추진해 온 독서교육의 마음과 더불어 걸어가는 것입니다.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토론과 책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비추고 타인의 삶을 아파하는 사유의 힘을 키우는 활동 말입니다. 더 이상 '나' 밖에서 가치를 찾지 않고 내 안에 있는 '별'을 찾게 돕는 활동, 그것이 대구 인문학 교육의 시작입니다.

이주양 전국초중등인문소양교육지원센터 파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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