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500명 몰려 행복이 넘치는 동네
(즐거운 주말'영천)미술마을에 고향의 색깔 입히는 주민들
"가족끼리, 연인끼리 평화로운 농촌에서 예술의 정취에 흠뻑 젖어보고 즐거운 추억도 듬뿍 쌓으세요." 2011년 조성된 전국 최대 규모의 미술마을인 영천시 화산면 가상리 '영천별별미술마을'. 이곳 주민들은 시골 마을에 미술의 색깔을 덧칠해 전국 어느 곳에도 없는 독특한 볼거리'즐길거리를 만들었고, 최근 썰매장과 포장마차까지 만들어 도시민들을 부르고 있다.
◆한적한 시골길에 꼬리 문 차량
영천시 화산면 가상리와 화산1'2리, 화남면 귀호리 일대에 문을 연 별별미술마을에는 조각, 회화, 건축, 디자인, 사진 등 예술작품 45점이 설치돼 있다. 주말이면 한겨울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영천별별미술마을'을 찾아오는 차량들이 오전부터 밀려든다.
나들이객들은 우선 미술마을 입구 시안미술관에 들러 황토색 잔디밭을 거닐며 예술작품을 감상한다. 10여 년 전 폐교에서 변신한 시안미술관은 옛 시골 초등학교 풍경의 아늑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전시실에선 연중 뛰어난 현대미술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미술관 바로 옆에는 영천별별미술마을이 있다. 옛 농촌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골목마다 회화, 조각, 설치작품 등을 숨겨두고 있다. 마을 길 중간에 있는 '우리동네 박물관'과 '바람의 카페'는 나들이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바람의 카페 안쪽 벽에는 사연을 담은 쪽지들이 가득 걸려 있다. '영천별별마을에 오니 별별 게 다 있네요.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합니다. 우리 가족 항상 지금처럼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등등 쪽지마다 행복이 넘쳐난다.
얼마 전엔 경산시 건축직 공무원들의 모임인 '건공회' 회원 25명이 찾아왔다. 이들은 분기별로 모임을 갖고 견학을 다닌다. 전하진 경산시 건축과장은 "옛 모습을 떠올리게 해 준 우리동네 박물관이 가장 인상적"이라며 "유물을 전시한 일반 박물관과 달리 마을의 역사를 알 수 있고 사라져가는 우리 것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고 감탄했다.
◆"포장마차도 생겼어요!"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가을 미술마을에 포장마차를 차렸다. 지난해 봄부터는 강사를 초빙해 요리법도 새로 배웠다. 어묵, 순대, 막걸리, 칼국수, 라면 등을 파는데 부녀회원 5명이 토'일요일 아침마다 조리에 나선다. 먹거리가 없던 미술마을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주말이면 하루에 도시인 500여 명이 미술마을에 몰려 북적인다. 오후 3시쯤 포장마차 음식이 동나기도 한다. 변숙희 시안미술관장이 포장마차에 냉장고, 선반 등을 지원했다.
조동익(48'영천시 망정동) 씨는 "아이들과 미술관 및 미술마을을 둘러봤는데 볼거리뿐 아니라 썰매를 타고 식사도 해결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주민들은 내달 포장마차를 마을기업으로 등록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가상리 부녀회를 중심으로 마을기업 설립 관련 교육도 받았다. 4년 전 귀농한 이희진(61) 이장은 "단체 손님이 예약할 경우 국밥이나 비빔밥도 제공하며 특색 있는 음식도 갖추겠다. 앞으로 마을창고에 카페테리아를 설치해 미술마을 관광객과 농민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가상리 부녀회장 박복자(59) 씨는 "포장마차를 운영한 뒤 미술마을 관광객이 부쩍 늘어나 우리도 즐겁다. 수익금은 마을의 홀몸 어르신 돕기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씽씽 쌩쌩' 신나는 썰매장
주민들은 미술마을 앞 강에 썰매장도 무료로 운영한다. 썰매 40대를 손수 만들어 아이들에게 제공한다. 겨울바람이 쌩쌩 부는 날에도 어린이들이 몰려 썰매를 탄다.
얼마 전 영천 서문지역아동센터 어린이 15명이 썰매장에서 추위도 잊은 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김말선(55) 서문지역아동센터장은 "어린 시절 추억을 만들어주려고 썰매장을 찾았는데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얼음을 지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고 했고, 영천 영화초등학교 3학년 김대현(10) 군은 "처음 썰매를 탔는데 이렇게 재미있는 줄 미처 몰랐다"고 웃었다.
주민들은 주말마다 2명씩 썰매장 안전요원으로 당번을 선다. 앞으로 봄'여름'가을에도 새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할 방침이다. 마을 새마을지도자 권효락(51) 씨는 "시골마을에 주말이나 방학이면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그 활기가 가장 큰 기쁨"이라고 했다.
영천시도 가상권역 정비사업을 통해 미술마을에 정원, 회관, 편의시설 등을 만들고 있다. 미술마을 앞 도로를 따라 정원을 만들어 쉼터와 볼거리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원조 영천시 문화예술담당은 "대구가톨릭대 학생, 영천예술창작스튜디오 작가, 영천미술협회 작가 등과 함께 미술마을에 아트마켓을 열 예정"이라며 "올해 10월 영천에서 열리는 '2015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에 맞춰 미술마을 작품도 새롭게 단장하겠다"고 했다.
영천 민병곤 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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