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운 지음/청림출판 펴냄
들판에 주저앉아 언덕 위 집을 바라보는 여인의 뒷모습을 담은 그림 앤드루 와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를 보며 드는 생각은 저마다 다르다. 저자는 등이 휠 것 같은 여인의 뒷모습에서 현대인의 피로를 느낀다고 말한다. 주저앉아서도 언덕 위 집을 갈망하는 크리스티나의 모습은 턱밑까지 피로가 차 있으면서도 상위 몇 퍼센트에 들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현대인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것.
저자는 각기 다른 시간을 살았던 예술가들의 작품을 매개로 장자와 니체의 철학 등을 전하며 각자의 삶에 대한 새로운 질문과 해석을 이끌어낸다. 저자는 그림을 고르는 데 신중했다. 저자가 책에서 가장 먼저 보여주는 그림은 피부가 서서히 굳어가는 병을 앓은 클레가 발병 무렵 그린 '고통에 봉헌된 아이'다. 그림 속 아이는 여기저기 긁히고 얼룩진 얼굴을 하고 있지만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저자는 이 그림을 클레의 또 다른 자화상 같다고 여긴다. 화가에게 치명적인 손이 굳어가는 병을 얻은 클레가 고통에 허우적거리는 대신 미소를 통해 고통이 삶의 근원임을 표현했다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다.
사실 이 그림은 저자가 지인에게 전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저자는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지인이 정처 없이 떠도는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높은 경지에 이른 사람을 찾아다녔다는 에피소드를 전한다. 지인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깨달은 것은 나 아닌 누구도 나를 구원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는 결국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312쪽. 1만3천800원. 이경달 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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