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년간 개혁 못한 기초의회, 존속 필요하나

입력 2015-01-30 05:00:00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광역시 기초의회 폐지와 기초단체장 임명제 전환 등을 골자로 한 '지방자치종합발전계획'을 발표하자 지자체와 지방분권 관련 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반시대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기초의회의 존재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며,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광역시에 기초의회가 필요없는 가장 큰 이유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광역시 자치구는 독립생활권을 갖지 못한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지리적 경계가 무의미해져 주민의 생활권이 여러 자치구에 걸쳐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민의 참여와 관심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초의원 선거가 출마자가 누군지 모르는 '깜깜이' 선거로 전락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단체장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제대로 못 하는 것은 물론 예산 갈라먹기 구태는 여전하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기초의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 외유성 해외연수로 혈세를 탕진하는 것은 연례행사가 됐다. 지방재정의 열악한 현실은 아랑곳하지 않고 툭하면 의정비를 인상한다. 그래서 무보수 명예직이었던 기초의원은 이제 연봉 수천만원짜리의 꽤나 괜찮은 직종이 됐다.

음성적 사익추구도 확산일로다. 민선 1기(1997년 7월 시작)부터 5기(2006년 7월 시작)까지 각종 사업과 이권, 인사청탁, 뇌물 수수 등의 비리로 사법처리된 기초의원은 1천161명에 이른다. 기초의원들이 의원직을 이용해 사익을 챙기는데만 관심이 있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다.

1995년 지방자치 부활 이후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하라는 소리는 꾸준히 있었다. 하지만 메아리없는 외침이었다. 기초의회 스스로 개혁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20년이면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시간이다. 이렇게 긴 시간에도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면 앞으로 개선될 가능성도 없다고 봐야 한다. 기초의회를 없애면 인건비만으로도 연간 1천억원 이상이 절약된다. 역할은커녕 지역에 부담만 되는 기초의회에 이 돈을 쓰지 않고 주민을 위해 쓰는 것이 훨씬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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