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비밀계좌 '남 몰래' 쑥쑥
"담뱃값도 올랐는데 용돈이라도 올려줄까요."
직장인 이주영(가명'44) 씨는 새해 첫날 아내가 내민 호의를 정중히 거절했다. 결혼과 동시에 아내에게 경제권을 넘기고 용돈을 받아 쓰는 처지이지만 그는 믿는 구석이 있다. 그동안 아내 몰래 식비 및 교통비, 상여금 등으로 비자금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가 같은 은행을 이용하기 때문에 아내가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계좌를 조회하면 비자금이 노출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씨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월급계좌 외에 비자금 계좌에 대해 해당 은행에 '보안계좌 서비스'를 신청, 인터넷에서는 흔적을 찾을 수 없도록 미리 조치를 취해놨다.
배우자 몰래 비자금을 관리하거나 며느리 등 자식들도 알 수 없도록 노후자금을 관리할 수 있는 비밀계좌 서비스가 인기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은행을 직접 방문했을 때에만 입출금 거래가 가능하고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으로는 계좌 존재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다.
현재 대구은행을 비롯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등 거의 모든 은행들이 비밀계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은행을 제외하고는 기존의 입출식, 정기예금, 적금, 신탁, 수익증권 등의 상품에 대해 비밀계좌 서비스를 신청하면 인터넷 등 비대면 거래 및 조회가 금지된다. 다만 대구은행은 VIP고객들을 상대로 비밀계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고객은 은행별로 약 1만∼2만 명 정도다. 서비스 신청 고객이 매년 늘고 있다. 신한'국민'우리'하나 4개 은행에서 비밀계좌 서비스 신청 계좌 수는 지난 2012년 말 8만1천892개에서 2014년 말 12만6천383개로 2년 새 54%가 증가했다.(표 참조)
종류도 다양하다. 숨겨지는 정보의 범위와 강도에 따라 '인터넷계좌 숨기기' '보안계좌' '시크릿 뱅킹'으로 구분된다. 인터넷계좌 숨기기는 인터넷뱅킹을 할 때 '숨김 기능'을 설정해 두면 계좌가 나타나지 않지만, 인터넷뱅킹을 공유하는 다른 사람이 숨김 계좌 메뉴를 누르면 계좌가 발각되는 것이 단점이다. '보안계좌' 서비스를 이용하면 보안등급이 확 올라간다. 은행별로는 이 서비스를 '전자 금융거래 제한 계좌'(국민), '계좌 안심 서비스'(기업), '세이프 어카운트'(하나), '보안 계좌'(농협'우리'신한) 등으로 부른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대구은행 시크릿 계좌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예금 조회와 인출, 해지 모두 통장을 만든 특정 영업점에서만 할 수 있고 은행내부에서도 담당자 외에 계좌수와 금액까지도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철통 보안을 자랑한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지난 2013년부터 우수고객들을 대상으로 비밀보장을 해주는 시크릿 계좌 서비스를 해오고 있다. 이 서비스는 예금 조회와 인출, 해지 모두 통장을 만든 특정 영업점에서만 할 수 있어 보안 수위가 가장 높다"고 했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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