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 볼까요] 5) 먼지 쌓인 커피메이커(Coffee Maker) 제대로 활용하기

집집마다 부모님이 쓰시던 혹은 언니 오빠가 사 둔 커피메이커가 먼지 쌓인 채 방치되어 있지 않은가? 자, 이제 구식이라 폄하하지 말고, 먼지 닦고 물통을 청소해서 맛있는 원두커피 내리기에 도전해보자.

에스프레소 커피 전문점이 많아지면서 진하게 추출된 에스프레소에 물을 희석한 아메리카노가 원두커피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러나 불과 20여 년 전 우리나라에서 원두커피는 커피메이커로 내린 커피가 원두커피였고, 이 커피는 믹스커피보다 고급커피라 커피메이커는 결혼 혼수의 필수 품목이었다.

집집마다 부모님이 쓰시던 혹은 언니 오빠가 사 둔 커피메이커가 먼지 쌓인 채 방치되어 있지 않은가? 자, 이제 구식이라 폄하하지 말고, 먼지 닦고 물통을 청소해서 맛있는 원두커피 내리기에 도전해보자.

커피메이커의 사용법은 간단하다. 상부 드리퍼에 필터를 잘 접어 넣고 물통에 정수된 물을 넣은 후 스위치만 켜면 커피가 우려진다.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이 쉽지만, 대부분 원두커피의 화려한 향은 나지 않고 맹숭맹숭하기만 하다.

커피메이커로 커피전문점 핸드드립커피가 부럽지 않게 내리는 법!

첫째, 물과 원두커피 양을 잘 맞춰 넣어주자. 원두가루 한두 스푼(7~15g)에 물통 가득(700ml) 물을 넣어 추출하면 맹맹한 물 같은 커피가 될 수밖에 없다. 핸드드립 전문점의 물과 커피양만 따라 해도 절반은 성공!

머그컵 1잔 원두 18g, 물 300ml, 추출커피 250ml,

머그컵 2잔 원두 30g, 물 500ml, 추출커피 450ml,

머그컵 3잔 원두 42g, 물 700ml, 추출커피 650ml.

둘째, 총 추출 시간을 체크하자.

1잔 분량은 2분, 2잔 분량은 4분, 3잔 분량은 6분까지가 적절하다. 6잔 분량의 커피가 필요하더라도 6분 이내 3잔까지만 추출하자. 추출시간이 6분 이상 걸리면 원두 찌꺼기 우린 맛이 함께 추출되어 맛없는 커피가 된다. 3잔 추출 후 여과지와 찌꺼기를 버리고, 다시 3잔 추출을 한 번 더 반복하여, 총 12분의 추출로 두 번에 나누어 6잔을 추출하자. 두 번 내려야 해 번거롭긴 하지만, 한 번에 10분 이상 추출한 커피보다 훨씬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셋째, 한 번 우린 커피찌꺼기, 재탕은 금지!

물에 녹을 수 있는 원두의 수용성 성분은 한정되어 있다. 한 번 우려낸 원두에서 다시 맛과 향이 우러나오지는 않는다. 재탕하면 물에 녹지 않는 원두껍질(찌꺼기) 우린 맛만 나온다.

오늘은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프 아리차 원두를 커피메이커로 내렸는데, 화사한 향이 겨울 아침을 싱그럽게 열어 준다. 커피메이커를 구식이라고 무시하지 말자!

①신선하고 좋은 원두 ②분쇄입자의 굵기 ③물과 커피의 양 ④총 추출시간만 잘 맞춰주면 고가의 에스프레소 머신이 부럽지 않다.

▶Tip: 최근 들어 프리미엄 커피메이커가 유행이다. 커피 브루잉 초급자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보여주기 때문에, 여러 스페셜티 커피매장에서 시음 커피나 브루잉 커피를 추출하는 데 이런 기계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의 모카마스터(Moccamaster)는 핸드드립 방식의 커피메이커로 네덜란드 테크니봄(Technivorm)사에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든 프리미엄 제품이다. 비싼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균일한 물 온도와 최적의 추출 방식으로 전문 바리스타만큼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낸다.

박효승 (테이블탑커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