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잘 몰랐던 분들이나, 드라마는 안 보시고 영화 '최종병기 활' 이후 이번에 제 연기를 보신 분들은 놀라긴 하시더라고요. '원래 이런 스타일이었느냐?'고 묻기도 많이 하세요. 그동안 어두웠던 캐릭터를 많이 연기하긴 했지만, 그래도 밝은 역할을 아예 안 한 건 아니었는데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네요? 호호호."
막말은 기본이고, 욕도 차지게 한다. 이 여자의 술버릇은 또 어떻고. 가관이다. 같이 술 마시고 나면 '이 화상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 고민이 될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꼭 술 한잔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묘하게 중독될 것만 같은 분위기의 여자다. 극 중 준수(이승기)가 다른 여자를 만나면서도 그 여자에게 현우처럼 욕을 해달라고 하는 마음이 뭔지 알 것만 같다. 물론 본인은 영화고 연기니까 이렇게 했지, 실제 본인과 현우의 싱크로율은 대부분 일치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달 14일 개봉한 영화 '오늘의 연애'(감독 박진표)에서 현우를 연기한 배우 문채원(29) 얘기다. 어떤 환상이 깨진 듯하다. 현우가 여자친구라면 몸과 마음이 힘들기는 할 것 같으면서도, 그래도 한 번쯤은 현실에서 마주하고 싶었는데 영화 속 인물과는 다르다고 하니 김 샌 기분(?)이다. 문채원은 '오늘의 연애'에서 드라마 '굿닥터' 때와 비슷하면서 비슷하지 않은, 또 다른 모습을 선보여 많은 남성 관객을 놀라게 한다.
'오늘의 연애'는 18년 동안 친구도 연인도 아닌 애매한 사이인 현우와 준수가 사랑에 대한 감정을 느끼며 벌어지는 내용을 그린 로맨틱코미디. 문채원은 극 중 '이 예쁜 여배우가 집에서는 이런 옷을 입고 있구나!'라는 착각을 할 정도로, 맞춤옷을 입은 듯 편안하게 연기했다. 혼을 실은 듯 시종 날아다닌다.
특히 술 먹고 주정 부리는 건 압권이다. 진짜 술을 몇 병 마신 것처럼, 연기가 자유자재다. NG도 많이 나고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전혀 없었단다. 한 번에 술술 촬영했다고 한다. 문채원은 "그동안 술자리에서 봐왔던 사람들의 주사를 기억했다가 써먹었다"고 했다.
"제가 술자리에서 봤던 짓(?)은 다 한 거예요. 보통 술 취하면 거의 진상이죠. 조금 더 본 것도 있는데 그것까지 했으면 우리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는 안 되고요, 누아르로 가야 해요.(웃음)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어요. '현장에 가서 다 놓고 연기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저를 내려놨죠. 사실 주변 친구들의 모습이 들어 있기도 해요. 영화 본 친구들에게 '야, 현우 안에 너도 있어'라고 하면, '내가 언제?'라며 놀라더라고요. 하긴 술을 진창 마시면 기억을 못 하잖아요. 아마 이 인터뷰를 보면 누군가는 찔리지 않을까요? 호호호. 제 모습은 없느냐고요? 전 그렇게까지는 술을 좋아하지 않아요."
사실 문채원은 '오늘의 연애'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걱정이 많이 됐다. 자신이 맡게 될 캐릭터가 어찌 보면 거칠어 보일 수 있고, 심하게 표현하면 '엽기적인 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시나리오 초고를 받아들고 고민을 거듭했다. 밉상과 민폐 캐릭터일 수 있었지만, 다행히 각색의 여지가 있다고 한 박 감독은 문채원과 이야기를 통해 현우 캐릭터를 고개가 끄덕여지게 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다 서울에 올라와서 준수와 친해지게 되고, 직장 내 왕따도 당하는 등의 설정이 감독과의 이야기를 통해 덧붙여졌다. 결과적으로 문채원은 이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조금 더 매력적으로, 호감으로 다가오게 됐다. 본인도 그 점은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호흡을 맞춘 이승기하고는 5년 만의 재회다. 과거 드라마 '찬란한 유산'을 통해 만났었다. 물론 당시에는 친분이라기보다 안면을 튼 사이였다. 드라마에서 세 신 정도 만났을 뿐이고, 드라마가 끝나고 1년에 한 번씩 만나는 모임에서 네 번 정도 다 같이 모임을 했던 게 전부다. 이번에 다시 만나게 돼 조금 더 알게 됐다. 문채원은 "선배들이 오랜만에 다시 만나 연기를 하면 인연이라고 하는데 나도 이번에 그렇게 된 것 같다"며 "과거에는 호흡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아쉬움이 덜 남게 됐다"고 만족해했다.
문채원은 극 중 현우가 좋아했던, 이서진이 연기한 유부남 캐릭터 동진 PD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털어놨다. 처음에는 이 설정을 반대했다. "'자극적인 것 같은데, 18금 내용 아닌가요? 이걸 공감할지 모르겠는데요?'라고 제 의견을 말했어요. 이런 일이 가능한 건지도 몰랐죠. '굳이 유부남 설정이 아니어도 되지 않나요?'라고 했는데, 현우가 매력적인 동진과 안 이어지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더라고요. 또 제작사 측과 감독님이 요즘에 이런 일들이 꽤 있다고 하셔서 놀라긴 했어요. 진짜 많다고 하더라고요."
2007년 드라마 '달려라 고등어'로 데뷔한 문채원은 요즘, 20대 여배우 중 한 명으로 자리를 잘 잡고 30대로 넘어가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위치에 만족하고 있을까.
"사실 예전에 전 항상 만족하지 못하는 스타일이었어요. 부정적인 성향이 강했죠. 하지만 사람은 즐겁자고 사는 인생이잖아요. '만족하고 자리 잡았다'는 생각보다 이제는 불안하지 않다는 생각이 더 커요. 배우가 필모그래피가 없으면 불안하거든요? 작품보다 배우를 정확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게 어디 있겠어요. 당연히 캐릭터 모습은 거의 가짜지만, 나도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거니까요. 다양한 작품으로 여러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고요."(웃음)
문채원은 과거와는 조금 달라졌다고 특히 강조했다. 예전 자신은 '항상 다큐형'이었는데, 요즘은 '예능과 드라마가 더해졌다'고 한다. 누구를 대할 때도 자신의 이야기는 안 하고 작품이나 연기에 관해 이야기했다. 또 친하지도 않으면서 친한 척하는 게 이상했는데, 이제는 기대치를 맞추는 법을 알게 됐단다.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원하는데, 인색하게 굴 필요는 없는 것 같더라고요. 예전에는 보편적인 모습과 맞지 않아 보인다는 말도 버거웠는데, 이제 조금 바뀌게 됐죠. 상대와 맞추는 법을 알게 됐다고 할까요? 조금씩 변해가는 거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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