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 경쟁 공멸? 차별화 시너지? 공구 골목 삼국지

입력 2015-01-28 05:00:00

성서복합유통단지 신규 조성

대구에서 산업용품(볼트, 너트, 공구류 등) 전문점이 특정 지역별로 밀집화되고, 전문화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대구 중구 북성로 공구골목으로 대표되던 산업용품 전문점이 16년 전 북구 검단동 종합유통단지 내 산업용재관으로 확장된 데 이어 최근엔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내 옛 섬유패션기능대학 부지에 성서복합유통단지라는 이름으로 신규 조성됐다. 이에 따라 대구 산업용품 업계는 치열한 3각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성서산단 성서복합유통단지

18일 오후 옛 섬유패션기능대학 부지. 72~99㎡(약 22~30평) 규모의 산업용품 전문매장 122개가 조성돼 있다. 주말이지만 매장마다 입점을 위해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은 성서산단네거리와 인접해 성서산단 진출입이 용이한 강점을 앞세워 최근 산업용품 전문점 밀집지역으로 개발됐다. 2만9천14㎡ 규모에 122개의 전문매장이 조성됐고, 모두 분양됐다.

분양가격은 3.3㎡당 700만~800만원가량이다. 인근 공구상가 상인들이 대거 입점을 계획하고 있고, 북성로 공구골목과 종합유통단지 용재관 내 상인들도 일부 분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에서 공구 전문점을 운영하다가 지난달 말 입점한'모든 트랜스' 손병태(47) 사장은 "주변 시설과 밀집도에서 기존 공구상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잘 돼 있다. 앞으로 성서산업단지내 업체뿐만 아니라 달성, 성주지역의 공장도 주요 거래처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시행사 측은 성서산업단지가 더 확장되고 달성군의 테크노폴리스와 국가산업단지가 본격 가동되면 산업용품 수요가 더 늘어날 것에 대비해 산업용품 전문점 특화거리를 조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곳은 북구 검단동 종합유통단지와 달리 부지를 개별필지로 분할한 덕분에 향후 업주의 의지에 따라 매장 리모델링 등이 쉽게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시행사인 ㈜모든사람들 관계자는 "북성로 공구골목과 종합유통단지 용재관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대구에 산업단지가 잇따라 생김에 따라 장기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산업용품 전문점 거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 공구 전문점 대표는 "탄탄한 기술을 가진 전문 공구상인보다는 단순히 산업용품을 소매하는 방식으로는 용재관과 공구골목과의 경쟁에서 전망이 밝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성로 공구골목

대구의 대표적인 산업용품 전문점 밀집지역인 북성로 공구골목은 대구 산업지도 변화에 따라 재편되고 있다. 공구골목은 중구 성내2동 동성로~대구은행 북성로지점까지 약 1㎞에 걸쳐 350여 개의 산업용품 전문점과 성내3동 대구은행 북성로지점~달성공원네거리까지 약 500m에 걸쳐 200여 개의 산업용품 전문점이 밀집한 곳이다.

과거 23~26㎡(7~8평) 규모에 불과하던 점포들이 82~99㎡(25~30여 평)까지 확대되는 등 점포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면서 점포 숫자는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예전만큼 경기가 좋지 않아 외부로 빠져나가는 점포들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1990년대 종합유통단지 내에 용재관이 생기면서 일부 상인들이 용재관에도 점포를 얻어 분점 형태로 운영하고 있고, 또 일부는 용재관에 완전히 이전하기도 했다.

북성로상인회 김종구 회장은 "과거보다 점포 수가 크게 줄었고, 장사도 예전만큼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공구골목은 여전히 대구의 산업용품 거상들이 현장을 지키고 있고, 오랜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들이 활동하고 있다.

베어링 도매를 하는 대영베어링㈜ 김재하 대표는 "베어링을 포스코까지 납품한다"며 "공구골목에는 대상인들이 남아 있어 하루 아침에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젊은 공구상들이 공구골목으로 새롭게 점포를 차리기는 쉽지 않다. 교통이 불편하고, 건물이 노후화된데다 점포 규모도 작아 장기적인 측면에서 경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성서에 새로운 공구단지가 생긴다는 소식에 한 업주는 "3개 산업용품 전문단지가 경쟁하게 됐다. 각 단지마다 차별화를 꾀하겠지만 제살 깎아 먹기식 경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유통단지 산업용재관

산업용재관은 현재 종합유통단지 내에서 가장 장사가 잘 되는 곳이다. 1998년부터 입점이 시작된 용재관은 대지면적 7만138㎡(2만1천217평)에 총 848개 점포(1층)로 구성돼 있다. 산업용품을 취급하는 단일 단지로는 전국 최대 규모이며 2천400여 대의 차량을 동시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시설을 갖췄다. 다른 종류의 시설이 전반적으로 경기부진을 겪고 있는 종합유통단지지만 용재관만큼은 고객들로 붐빈다. 당초 기대보다 안정적으로 성장하면서 몇 년전에는 제2 용재관 설립 필요성까지 논의되기도 했다.

대구기계공구상협동조합 박성태 부장은 "한때 제2 용재관 설립 얘기가 나온 것은 맞지만 마땅한 부지도 없고, 지금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용재관은 공구골목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용재관이 건립 구상 당시부터 공구골목 상인들이 관여를 했고, 공구골목 상인들이 분양 받은 점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용 호스를 취급하는 영화호스 이남식 대표는 공구골목에 99㎡(약 30평)의 본점이 있고, 용재관에 33㎡(약 10평)의 분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아직은 공구골목 본점의 매출이 더 높지만 용재관 점포는 향후에 기대가 높다"고 했다.

이처럼 규모의 경제력을 보유한 덕분에 최근 입점을 시작하는 성서복합유통단지에 대한 걱정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산업용품 전문점들이 난립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지 않았다.

용재관 신종해 상무는 "용재관 상인이 성서복합유통단지에 점포를 얻었다는 얘기를 듣지는 못했다. 용재관 규모가 워낙 큰 탓에 웬만해서는 경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공구 전문점들이 워낙 많이 생겨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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