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의 창] 울진군의회 '헛발질'

입력 2015-01-28 05:00:00

일선 시'군에는 해당 지역민들의 교통편의를 위해 시내버스 비수익 노선에 대한 적자보전금을 예산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 적자보전금 지원으로 교통사정이 열악한 오지 마을에도 시내버스 운행이 가능해 대부분의 버스 이용객인 노약자들과 저소득층, 학생들은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즉 시내버스가 운행되지 않으면 발이 묶일 수밖에 없는 오지 이용객들에게 시내버스는 '구세주'인 셈이다.

그런데 울진에는 비수익 노선의 적자보전금 올해분 예산(8억5천만원)이 단 한 푼도 없다. 언제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될지 현재로서는 예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운행중단 위기 사태를 촉발시킨 쪽은 울진군의회다. 군의회는 지난달 올해 군 예산을 의결하면서 울진시내버스 비수익 노선의 적자보전금을 전액 삭감하며 군과 울진버스회사를 상대로 '선방'을 날렸다. 다른 지방의회에서는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극히 이례적인 전액 삭감 조치이다. 버스회사도 즉각 '적자보전금이 지원되지 않으면 당장 1월 1일부터 전체 84개 노선 중 66개의 비수익 노선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며 맞불을 놓았다.

발이 묶일 처지에 놓인 시내버스 이용객들은 "지역발전은커녕 군민에게 고통을 주는 군의회"라며 거세게 반발했고, 버스 관련 재정지원금 지원 등으로 운행중단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울진군의 긴급 대책은 임기응변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 군은 재정지원금으로 버티다가 군의회의 추가경정예산 심의 때 전액 삭감된 적자보전금을 되살려 정상화한다는 방안을 세워놓고 있지만, 올해 추경 실시 여부와 그 시기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대다수 시'군들은 공통으로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해 시내버스 비수익 노선의 평균 적자보전금을 산정한다. 또 전문기관의 승객 탑승률을 조사할 때는 해당 시내버스에 CCTV를 설치해 평균 이용객 파악에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한다. 울진군은 군의회 예산 심의 때 이 같은 전국 공통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을 통해 시내버스 적자보전금이 산정된다고 구구절절 설명했으나, 군의회는 '용역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관련 예산을 모두 칼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적자보전금 전액 예산 삭감에 대한 버스 이용객들의 비판이 빗발치자, 삭감 당사자인 일부 군의원들은 지역구를 돌면서 일일이 해명과 변명을 하며 사과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이번 울진군의회의 마구잡이 '칼질'은 군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키는 '헛발질'이 되고 말았다. 군의회의 자성을 촉구한다.

울진 강병서 기자 kbs@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