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함께 키운다" 합계 출산율 2.08명 유럽 최고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2.08명.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2000년 1.75명이었던 프랑스 출산율은 경기 침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012년 2.08명으로 꾸준히 올랐다. 자녀를 두 명 이상 낳지 않으면 오히려 고개를 갸웃하는 프랑스에서는 '나라가 아이를 키운다'는 표현을 쓴다. 출산과 육아, 교육 등 아이의 전 생애를 국가가 책임지고 세심하게 챙기는 프랑스에서 젊은 부모들은 어떻게 아이를 키울까. 취재진은 지난주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주에 있는 도시인 렌느를 찾아 이곳에 사는 부부를 만났다.
◆의료비 걱정 No, 출산부터 나라가 책임진다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주 렌느. 수도 파리에서 기차로 약 2시간을 달리면 도착하는 인구 20여만 명이 사는 도시다. 2006년 프랑스 남성과 결혼해 렌느에 정착한 한국인 서금란(39) 씨는 프랑스에서 아이를 낳았다. 지금은 건강하게 초등학교에 다니는 글렌이(7)는 임신 7개월 만에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두 달을 지냈다. 부모의 걱정과 부담을 줄여준 것은 프랑스의 탄탄한 의료 시스템이다. 프랑스 국적자가 아니라도 이 나라 국민과 동등한 의료 혜택을 받는다. 서 씨는 "인큐베이터 이용료와 입원비 모두 의료보험에서 지원돼 병원비가 거의 들지 않았다. 임신 기간에도 병원에서 진료비를 계산하면 쓴 만큼 은행 계좌로 돈을 보내준다"고 말하며 '카흐테 비탈'(Carte vitale)이라고 적힌 카드를 내밀었다. 이 카드는 프랑스 의료보험 카드로 병원이나 약국에서 진료를 받거나 약을 사면 전액 또는 일부 금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
출산 뒤에는 프랑스 모자보건소에서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챙긴다. 서 씨가 아이와 함께 퇴원하자 보건소에서 사흘에 한 번씩 체중계를 들고 집에 방문했다. "애가 밤에 잠을 잘 자는지, 모유 수유는 잘하고 있는지, 보건소 직원이 친정엄마처럼 챙겼어요. 그때 한국에서 언니가 와 있었는데 이런 세심한 배려에 깜짝 놀라더라고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프랑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보호받고 있고, 나라가 인적 자원을 책임진다는 느낌을 이때 강하게 받았어요."
◆유연한 육아 복지, 믿음직한 보모 집에 아이 맡긴다
프랑스에는 우리나라의 어린이집 격인 '크레쉬'(Creche)가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0~2세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률은 66.1%. 맞벌이 부부뿐 아니라 전업 주부의 자녀들도 대부분 어린이집을 이용한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0~2세 영아가 크레쉬를 이용하는 비율은 전체의 15% 미만이다. 영아 보육을 책임지는 주된 서비스는 '아시스탄테 마테네'(Assistante Maternelle)다. 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한 보육 교사들이 자신의 집이나 아이의 집에서 1~5명의 아이를 돌보는 가정 보육 서비스로 '보모'와도 같다. 집 크기와 보육 경력에 따라 한 번에 돌볼 수 있는 아이 숫자가 달라진다. 글렌이는 16개월이었을 때 2명의 다른 아이와 함께 보살핌을 받았고, 유치원에 가기 전까지 5명의 보모를 만났다.
이 서비스의 장점은 유연한 시간이다. 회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남편 리오넬 아마욘(34) 씨와 피아니스트인 서 씨는 맞벌이 부부다. 이들 부부는 글렌이가 갓 돌을 넘겼을 때 아이를 보모에게 맡겼다. 서 씨는 현재 중고등학교와 음악학교에서 고정 근무를 하지만 당시에는 시간제 강사로 근무 시간이 일정하지 않았다. 서 씨는 "크레쉬는 자리가 많이 없는데다 입소하려면 오래 기다려야 했고, 아이를 맡기고 찾는 시간이 불규칙한 엄마들이 이용하기 힘들었다"며 "하지만 보모 서비스는 크레쉬보다 보육료는 조금 더 비싸지만 시간에 맞춰서 아이를 언제든지 믿고 맡길 수 있고, 집으로 보모가 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아마욘 씨는 "2010년 기준으로 한 달에 보름 정도 보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465유로를 부담했다"고 당시 영수증을 찾아 기자에게 보여줬다.
서 씨 부부는 자녀가 한 명이지만 프랑스에서는 아이가 셋 이상인 집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자녀가 20세가 될 때까지 지급하는 '아동 수당'(Child Benefit)은 두 명 이상 아이를 낳아야 받을 수 있고, 혜택은 세 자녀 이상 가구에 집중돼 아이 수만큼 정부 지원이 늘어난다. 프랑스에서는 셋째 아이를 '황금 아이'라고 부른다. 이에 대해 아마욘 씨는 "영화를 보거나 문화생활을 할 때 파격 할인이 되는 기준이 5인 가족이다. 회사 상사도 아이가 다섯 명, 아내가 일하는 학교 교장도 자녀가 네 명"이라며 "프랑스에서는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껏 프랑스에서 아이를 키워온 서 씨는 프랑스식 육아 복지에 대만족이다. 그래서 일과 가정을 동시에 돌보기 힘들어, 육아 비용과 교육비 부담 때문에 출산 계획을 미루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안타깝다. 서 씨는 "나라와 아이를 함께 키우는 기분이 든다. 나라와 우리 부부가 부모 노릇을 반반 해서 아들을 지금까지 키운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프랑스 렌느에서 글 사진 황수영 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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