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아동청소년사랑회 조직, 복지시설 등 찾아 고민 상담
김천경찰서 동부파출소가 관할하는 지좌동은 청소년 범죄가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좀처럼 비행청소년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2월 부임한 문영호(57) 김천동부파출소장이 한 해 동안 운영한 '112아동청소년사랑회' 덕분이다.
문 소장은 부임 초 수개월 만에 18건의 절도범을 검거했다. 붙잡힌 도둑들은 모두 지역 내 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하거나 해당 시설 출신 청소년이었다. 문 소장은 "좀도둑으로 붙잡힌 어린 학생들과 면담을 해보니 관심과 사랑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대부분이 '나는 혼자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
그래서 조직한 것이 112아동청소년사랑회다. 이 단체는 절도 등 청소년범죄예방과 선도 보호활동이 주목적으로 8명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김천시내 사회복지시설 원생들과 불우 청소년, 빈곤가정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각종 고민을 상담해주고 멘토링과 특강, 전통역사문화 체험, 현장체험학습, 일일 축구교실 등 물질적'정신적인 지원을 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 소장은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데만 10개월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 청소년들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문 소장은 청소년들과 함께 여행을 하고 축구도 즐기며 아이들이 가까이 다가올 수 있도록 열성을 쏟았다.
문 소장은 지난해 11월 15일을 잊지 못한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운동화를 사달라고 한 날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하며 범죄를 저질렀던 중학생 2명과 함께 대구에서 열린 권투 세계타이틀매치 전초전을 다녀온 날이었다. 선수들이 땀 흘리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본 학생들은 조심스럽게 문 소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메이커 운동화를 신고 싶어요." 아이들은 신발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일들을 고백하며 도움을 요청해왔다. 10개월 만에 마음의 빗장이 풀린 셈이다. 이후 문 소장은 이 아이들의 멘토가 되어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다.
문 소장이 어린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어린 시절 힘들었던 추억 때문이다. 문 소장은 18세에 홀로 상경했다.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했던 18세 소년은 40여 년이 지나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아직은 가능성이 많지 않습니까.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자신이 하는 일에 자신감과 열정을 갖고 긍지와 보람으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다음 달이면 다시 서울로 가야 하는 문 소장은 "애들이 눈에 밟혀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김천 신현일 기자 hyuni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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