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범죄 예방? 따뜻한 사랑이 묘약" 문영호 김천署 동부파출소장

입력 2015-01-27 05:00:00

112아동청소년사랑회 조직, 복지시설 등 찾아 고민 상담

김천경찰서(서장 김훈찬) 동부파출소는 생활안전협의회와 함께 이달 14일 오후 6시 50분에 지역 내 A보육원을 방문해 위문품을 전달하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왼쪽부터 김송호 위원, 문영호 동부파출소장, 보육원장, 김기옥 위원장, 김강섭 위원, 이현주 사무국장. 김천경찰서 동부파출소 제공
김천경찰서(서장 김훈찬) 동부파출소는 생활안전협의회와 함께 이달 14일 오후 6시 50분에 지역 내 A보육원을 방문해 위문품을 전달하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왼쪽부터 김송호 위원, 문영호 동부파출소장, 보육원장, 김기옥 위원장, 김강섭 위원, 이현주 사무국장. 김천경찰서 동부파출소 제공

김천경찰서 동부파출소가 관할하는 지좌동은 청소년 범죄가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좀처럼 비행청소년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2월 부임한 문영호(57) 김천동부파출소장이 한 해 동안 운영한 '112아동청소년사랑회' 덕분이다.

문 소장은 부임 초 수개월 만에 18건의 절도범을 검거했다. 붙잡힌 도둑들은 모두 지역 내 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하거나 해당 시설 출신 청소년이었다. 문 소장은 "좀도둑으로 붙잡힌 어린 학생들과 면담을 해보니 관심과 사랑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대부분이 '나는 혼자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

그래서 조직한 것이 112아동청소년사랑회다. 이 단체는 절도 등 청소년범죄예방과 선도 보호활동이 주목적으로 8명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김천시내 사회복지시설 원생들과 불우 청소년, 빈곤가정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각종 고민을 상담해주고 멘토링과 특강, 전통역사문화 체험, 현장체험학습, 일일 축구교실 등 물질적'정신적인 지원을 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 소장은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데만 10개월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 청소년들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문 소장은 청소년들과 함께 여행을 하고 축구도 즐기며 아이들이 가까이 다가올 수 있도록 열성을 쏟았다.

문 소장은 지난해 11월 15일을 잊지 못한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운동화를 사달라고 한 날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하며 범죄를 저질렀던 중학생 2명과 함께 대구에서 열린 권투 세계타이틀매치 전초전을 다녀온 날이었다. 선수들이 땀 흘리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본 학생들은 조심스럽게 문 소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메이커 운동화를 신고 싶어요." 아이들은 신발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일들을 고백하며 도움을 요청해왔다. 10개월 만에 마음의 빗장이 풀린 셈이다. 이후 문 소장은 이 아이들의 멘토가 되어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다.

문 소장이 어린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어린 시절 힘들었던 추억 때문이다. 문 소장은 18세에 홀로 상경했다.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했던 18세 소년은 40여 년이 지나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아직은 가능성이 많지 않습니까.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자신이 하는 일에 자신감과 열정을 갖고 긍지와 보람으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다음 달이면 다시 서울로 가야 하는 문 소장은 "애들이 눈에 밟혀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김천 신현일 기자 hyuni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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