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모세의 기적

입력 2015-01-23 05:00:00

구약성서 탈출기(출애굽기)는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벗어나는 기적적인 사건을 기록하고 있다. 영화 '엑소더스'(Exodus)는 바로 이 같은 성서 속의 장엄한 광경을 스크린에 담은 것이다. 그중에서도 전차와 기병을 앞세운 이집트군의 추격을 받던 이스라엘 민족이 무사히 탈출할 수 있도록 홍해 바다가 좌우로 갈라진 사건을 '모세의 기적'이라 부른다.

모세의 기적에 대한 관점은 종교적인 섭리와 과학적인 논리 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발생 시기와 장소를 두고 성서학자와 고고학자 간에도 견해가 다르다.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의 이집트 연구가인 한스 게딕 교수는 홍해가 갈라진 기적은 사실이라며, 에게해의 화산섬인 산토리니의 대폭발과 연계하는 흥미로운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거대한 자연재해와 인간의 집단여정이 우연히 맞물린 사건에 주목한 것이다.

바닷물이 갈라지는 신비한 자연현상은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우리나라의 남해안과 서해안에도 주기적으로 일어난다. 바닷물이 빠지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해저 지형이 드러나는 것으로 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부르기도 한다. 전남 진도의 '신비의 바닷길'을 비롯해 충남 보령 무창포, 전남 여수 사도, 경기 화성 제부도, 제주 서귀포 서건도 등 20여 곳이 바닷길이 열리는 명소로 알려져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요즘에는 '모세의 기적'이 도로 위에서도 일어난다. 올 새해 첫날 포항 유강터널 안에서 나들이 나온 차량들이 긴급 출동 중인 소방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일제히 양옆으로 길을 터준 영상을 보고 사람들은 '모세의 기적'이 일어났다고 입을 모았다. 이 모세의 기적은 2.87㎞에 이르는 터널 끝까지 이어지면서 보는 이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지난해 3월에는 부산도시고속도로에서 월요일 출근 시간 차량들이 양수가 터진 산모를 긴급 이송하는 구급차에 모세의 기적을 발휘해 무사히 아기를 낳게 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에는 제주도에서도 교통사고 피해자를 긴급 이송하는 구급차에 길을 내어 준 모세의 기적이 일어났다.

바닷물이 양쪽으로 갈라져 길을 여는 것은 자연의 신비로운 현상이지만, 소방차나 구급차의 긴급한 통행을 위해 차량이 양쪽으로 일사불란하게 비켜서는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의 발로이다. '모세의 기적'은 종교적이든 자연적이든 인간적이든, 신비와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감동적인 현상과 여정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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