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매년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은 설레게 마련이지만 올 새해는 더욱 그러했다.
지난해는 경상북도 개도 700주년이 되는 해였고, 올해는 경북도청이 신도청 소재지로 이사하는 뜻 깊은 해이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새해 첫날부터 경상북도의 김관용 도지사를 비롯한 간부공무원들과 많은 직원들이 한복 차림으로 충혼탑을 참배하고 시무식을 개최하여 새해 업무를 시작했다.
한 민족의 정체성을 구분 짓는 것에는 언어와 문자, 관습 등 많은 것들이 있으나 의복 또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같은 옷을 입으면 서로 동질감이 깊어지고, 오랜 세월 그 의복을 함께 다듬어 오는 동안 민족 고유의 심성과 미감이 그 옷 속에 투영된다고 본다. 이렇듯 민족의 얼과 역사가 스며 있는 한복을 우리는 수 천 년간 함께 입고 다듬어 온 것이다. 백의민족에 깔린 선민사상은 민족의 자긍심과 단결력에 큰 영향을 미쳤고, 고대국가에서는 국난 극복의 원천이 되었다. 어린아이의 배냇저고리, 백일 옷, 첫돌 맞이 옷에는 아이의 무병장수를 비는 기원이 담겨 있으며, 활옷에는 부부의 금실과 다복의 염원이 화려한 수로 표현되어 있다. 또한 의례복과 색동저고리의 오방색에도 액운을 막는 주술적 의미가 있다 하니 한복에 담긴 철학적 의미와 인간존중의 정신을 알 수 있다.
이렇듯 한복은 바로 우리 민족의 정신이고 역사이며, 한복을 입는다는 것은 곧 우리의 정체성을 입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 경북은 '한국정신의 창'으로서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고장이 아닌가? 경북 정체성의 근간이 되는 화랑'선비'호국정신에는 왠지 우리 전통한복의 이미지가 선연히 겹쳐짐을 떨칠 수 없다. 수많은 역사의 질곡 속에서 우리는 한복과 함께 서로 부둥켜안고 국난을 이겨내고, 영광의 시기에는 장삼 자락을 휘날리며 기쁨을 함께해 왔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 경북에는 한복의 소재로 각광받는 함창의 명주, 풍기의 인견, 안동포가 유명하고, 봉화와 청도에는 질 좋은 삼베가 재배되고 있으며, 청도와 영천 등에는 천연염색이 발달하여 한복산업의 기반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또한 한복업체와 한복종사자의 37%가 경상권역에서 활동하고 있어 대경권 섬유산업과 연계한 한복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기반을 토대로 우리 경북은 한복의 대중화와 한복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시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한복문화산업 활성화 세미나를 개최한 데 이어 올해에도 한복활성화를 위한 일련의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한복진흥원 건립을 위한 기본구상 용역을 통하여 경북이 한복문화와 한복산업의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에 건의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1세기 한국은 GDP 1조달러, 세계 15위 경제 대국, 세계 8위 무역 대국 등 놀랄만한 경제지표를 자랑하고 있다. 이는 온 국민의 피땀으로 이룬 성과임이 분명하나 그 바탕에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들썩이게 한 한류의 힘 또한 무시할 수 없으리라 생각된다. 한류의 중심에 있는 K-POP과 한국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정부에서는 '한스타일 종합육성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한스타일의 핵심분야인 한글, 한식, 한옥, 한지, 한국음악 등은 전담기관이 구축되어 관련 사업들이 적극 추진되고 있는 만큼 우리 한복 또한 각별한 관심으로 이를 현대화하고 세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는 설날에는 우리 조상의 지혜와 사상이 녹아있는 한복을 더 많은 사람들이 입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한복이 평상시에도 누구나 즐겨 입는 옷이 되고, 한류의 물결을 타고 보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복의 아름다움을 함께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이두환/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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