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지자체·어린이집 "비용 떠안을까" 속앓이

입력 2015-01-22 20:28:47

대구 1천여 곳 CCTV 없어 1곳 당 200만원 20억 부담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계기로 정부와 새누리당은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22일 오후 대구 남구 봉덕어린이집 천장에 설치된 CCTV 카메라.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계기로 정부와 새누리당은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22일 오후 대구 남구 봉덕어린이집 천장에 설치된 CCTV 카메라.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올 3월부터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CCTV의 설치'유지관리 비용 부담을 누가 맡을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열악한 재정의 지방자치단체와 어린이집 운영자들은 국가가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CCTV 관련 예산을 지원하길 바라는 분위기다.

대구시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어린이집 CCTV설치 비용을 떠안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걱정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대구 내 어린이집 1천589곳 중 CCTV가 설치된 곳은 37%인 588곳뿐이고, 나머지 1천1곳에는 CCTV가 없다. 문제는 50인 시설 기준으로 어린이집 1곳당 6대 카메라를 설치하면 200만원 정도 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예산이 15억~20억원 필요하게 된다.

시는 복지비 부담으로 인해 지방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설치예산 마련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CCTV설치 이후에 유지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도 적잖아 이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걱정이다. 신규로 설치할 어린이집 이외에 기존에 설치된 곳에도 유지관리비가 들기 때문에 결국 대구 내 모든 어린이집에 대해 CCTV 관련 예산을 투입해야 할 처지다. CCTV 1대당 전기요금과 전용회선 사용료 등으로 월 3만~10만원, 부품교체 등 보수비로 어린이집 1곳당 연간 10만~20만원 등 대구에서만 연간 어린이집 CCTV 유지관리에 적어도 4억~5억원은 들 것으로 보인다.

시는 일단 영유아보육법이 개정되는 대로 수요조사를 통해 설치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설치 비용은 지방비로 부담한다 하더라도 유지관리비 등은 정부에다 지원 요청을 해야 할지 고심 중이다"고 했다.

정부가 지방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구의 한 구청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구 예산으로 CCTV 설치까지 지원하자니 충당이 어려운 실정이다. 생색은 정부가 다 내고 그 부담은 시와 구'군이 나눠 짊어지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어린이집 운영자들도 국가와 지자체가 설치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지 않을 경우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지 않을까 걱정이다. 또 설치와 운영에 대한 비용을 어린이집이 부담하게 될 경우 다른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그 피해는 원아들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 북구 한 어린이집 원장은 "16개 반에 CCTV를 설치하고자 관련 업체에 문의하니 500만원이 든다고 했다. "CCTV를 설치한 어린이집 가운데도 원격 시청 시스템을 갖추거나 촬영한 화면을 따로 저장하는 장치 등을 구입하는 데 월 10만~20만원을 추가 부담하고 있다. 국가 지원을 받지 않고선 대출이라도 받아야 할 판이다"고 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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