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어린이집 설치율, 대구경북 전국 꼴찌네

입력 2015-01-22 07:02:39

미이행 사업장 대구 25.7%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사건을 계기로 국'공립어린이집과 직장어린이집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대구경북의 경우 직장 어린이집 설치율이 전국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직장어린이집은 운영 주체가 기업'단체이며, 직원들의 복리증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영리 목적의 민간어린이집보다 시설이나 환경, 인적자원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운영시간이 길고 시간연장'야간보육 비율이 높아 직장에 다니는 부모들의 선호도가 높다. 보육교사에 대한 자격 기준도 엄격하고, 부모가 근무 중 짬짬이 어린이집을 방문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대구의 한 직장어린이집 원장은 "보육교사를 선발할 때 해당 학과 졸업자, 일정 기간 경력을 갖춘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점심시간에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직장어린이집의 이런 장점 때문에 일정 규모의 사업장에는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직접 설치가 어려울 경우 지역의 어린이집에 위탁 보육하거나 근로자에게 보육수당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경북에서는 직장 어린이집 설치가 저조하다. 보건복지부의 '직장어린이집 설치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년 12월 말 기준 대구의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사업장 35곳 가운데 어린이집을 설치한 사업장은 12곳(34.3%)에 불과하다. 경북은 설치 의무 사업장 56곳 가운데 18곳(32.1%)만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경북 모두 전국 평균(49.7%)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은 물론 16개 시'도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설치 의무 사업장 가운데 ▷설치 ▷보육수당 지급 ▷위탁 보육 제공 등 어느 사업도 시행하지 않은 사업장 비율에서도 대구와 경북이 각각 25.7%, 21.4%로 경남(29.2%) 다음으로 높다. 이에 대해 사업장들은 공간 부족이나 보육수요 부족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근로자 500명 이상이면 보육수요는 충분하다고 본다. 직장어린이집 설치가 저조한 것은 지역에 남자 근로자가 많은 제조업체들이 다수인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보육과 복리후생에 대한 기업주의 인식이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고 했다.

법적 제재가 없다는 점도 직장어린이집 설치 저조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미이행 사업장 명단 공표' 외에는 특별한 제재 수단이 없다.

전창훈 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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