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의 '계속운전' 밀어붙이기에…주민 수용 의지가 큰 변수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월성원자력발전소(이하 월성)1호기의 재가동 여부 결정에 따라 원자력 발전산업이 요동칠 전망이다. 안전에 대한 전문가검증단의 평가가 엇갈리면서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추가 간담회와 현장에서의 안전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원안위는 "(재가동 여부 결정에서) 안전 외에 어떠한 것도 고려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혔지만, 계속운전 준비를 위해 5천600억원을 들여 설비개선을 마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이를 고려해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마련한 정부 입장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
5년 가까이 표류(애초 18개월 이내 심사)했던 결정을, 어떤 식으로든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월성1호기에 대한 안전이 확실시되지 않고 있고 주민 반대가 계속되는 한 다음 달 12일에도 쉽사리 계속운전을 결정하기는 난감한 상황이다.
◆월성1호기, 왜 고민스럽나?
재가동 문제가 어떻게 결론이 나든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주민 합의 없이 한수원이 이미 계속운전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밀어붙이기 원전정책'이라는 비난은 다른 노후원전 처리문제와 신규원전 건설에도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원안위도 매우 조심스럽다.
계속운전으로 결정 나면 거센 주민 반발을 피할 수 없다. 민간검증단 19명은 증기발생기 세관 파단에 의한 방사성 물질 방출 평가 및 대책 마련 등 32건의 안전개선 사항을 내놨고, 관련 의견에 대한 적극적 반영이 없다면 월성1호기 계속운전은 어렵다고 평가했다.
영구정지 처분이 내리면 5천600억원을 퍼부은 설비개선(계속운전 준비)에 대한 책임과 올해 재가동 허가를 받아야 하는 고리1호기에 대한 결정도 어려워지게 된다.
영구정지된 원전 해체작업도 골칫거리다. 물론 준비기간은 5년 넘게 갖겠지만, 기술도 돈도 충분하지 않은 국내 사정상 한정된 기간에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갈등 생길 때마다 돈으로 해결, 될 일인가?
한수원의 원전정책은 '많이 짓고, 될 수 있으면 오래 운전하는 것'이다. 월성1호기도 예외는 아니다. 계속운전을 위해 3년간 5천600억원을 들여 압력관을 비롯한 대부분 설비를 개선했다. 하루만 돌려도 10억원을 버는 한수원 입장에서 계속운전은 당연한 귀결이다.
한수원은 고리1호기 계속운전 재승인 때에도 1천650억원의 특별지원금으로 주민들을 설득한 사례가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돈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울진 한울1'2'3'4호기 건설 대가로 2천800억원을 줬기 때문에 이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게 원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울진은 600억원에서 협상을 시작해 2천800억원으로 늘렸는데, 일부 지역 인사들은 "5천억원은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울민간환경감시센터 관계자는 "원전을 지을 때도, 문제가 생겼을 때도 한수원은 정보공개보다는 돈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안전은 뒷전으로 밀리고, 돈을 둘러싼 지역갈등은 더욱 커졌다. 경주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한수원이 안전상 문제가 있다면 당장 폐로할 수 있다는 자세로 주민들에게 모든 것을 공개해야 제대로 갈 수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는가?
캐나다'미국 등은 한국과 달리 전기회사가 원전을 운영한다. 따라서 철저히 경제성을 따져 원전정책을 결정한다. 원전정책 모두를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캐나다는 지천에 널려 있는 천연우라늄과 중수(빙하)로 핵발전소를 저렴하게 운영할 수 있어 계속운전을 강하게 밀어붙인다. 하지만 반드시 주민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한다. 캐나다원전위원회를 통해 주민설득 작업을 펼친 뒤 의견수렴을 거쳐 계속운전을 진행한다.
미국은 천연가스를 활용한 에너지 산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원전을 계속운전하기보다는 화력발전 등이 더욱 경제적이기에 폐로 결정으로 가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주민의견 수렴은 필수다. 미국은 다양한 직종(15~20명) 종사자를 패널로 구성해 원전 초기부터 원전 정책에 조언자로 나설 수 있게 한다. 패널은 원전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안전과 관련된 다양한 의문점을 주민들에게 공론화시킨 뒤 원전 측의 설명을 듣는 방식으로 공감대(계속운전 혹은 폐로)를 형성한다.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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