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가동 원전 10%에 불과한 캐나다産, 핵폐기물 배출은 경수로 비해 10배나 많아

입력 2015-01-22 07:42:18

월성원전 1호기 '자기소개서'

월성 1호기 자기소개서

1983년 캐나다 원자력공사와 온타리오수력발전위원회가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서 저를 살게 했습니다. 제가 움직이는 원리는 이렇습니다. 우라늄은 원자로 안에서 핵분열로 엄청난 열을 발생시키는데, 그 열로 물을 끓여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듭니다.

월성2'3'4호기가 저랑 같은 '캔두형' 원자로예요. 경수로와 달리 우라늄 농축시설 없이 천연우라늄을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간편함과 가동 중에도 핵연료를 교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설계상 결함으로 압력관 파열, 냉각배관 부식 등의 문제가 있어 전 세계에서도 저의 형제를 찾기가 쉽지 않아요.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전 세계 가동원전 435기 가운데 10%가량인 47기에 불과합니다. 그나마도 캐나다(19기)와 인도(18기)에 대부분 몰려 있어요.

2012년 11월 설계수명을 다해 죽을까 했는데, 사람들이 심장(압력관)과 뇌(전산기) 등을 싹 바꿔놨어요. 다시 10년을 일하라고 하는데, 주변 사람들은 불안하다고 난리입니다. 이웃에게 묻지도 않고 뚝딱뚝딱 고칠 때부터 이런 일이 있을 것이란 걸 예상했을 터인데.

하기야 제 연봉이 3천억원이어서 버리기엔 아까울 겁니다. 근데 제가 먹고 싸는 배설물이 엄청납니다. 한 번에 4천560다발의 핵연료를 먹고, 매일 배설합니다. 핵폐기물이 18개월 기준으로 600t가량 됩니다. 경수로보다 10배 가량 되니까 대단한 양이지요.

전 열심히 일했습니다. 1984년부터 2008년까지 85.9%의 이용률을 보였습니다. 남들은 치켜세웠지만 저는 그만큼 빨리 늙었습니다. 사고를 친 것만 52번이나 됩니다.

1983년 4월 22일 가동한 지 10일도 안 돼 증기발생기 문제로 원자로가 정비됐고, 중수로 누출도 10차례나 됩니다. 문제는 1차 계통(원자로를 포함한 핵반응 담당)에서 고장이 많다는 겁니다. 전신성형 이후에도 습분분리재열기 오류, 원자력 냉각재 이상, 발전기 부품과열 손상, 작업자 실수로 원자로 정지 등의 사고가 있었습니다. 전신성형과정에서도 204번이나 설계변경을 했고, 최근 설치된 밸브(6개)도 가짜여서 제가 봐도 부끄럽기는 합니다.

제가 대형사고를 치면 끝장입니다. 환경운동연합이 2012년 12월 사고피해 모의시험(표 참조)을 했다네요. 일본 후쿠시마 사고의 경우 반경 30㎞를 주민접근 금지구역으로 정했답니다. 전문가들이 제 몸을 갖고 엇갈린 평가를 했답니다. 과연 어떤 상태인지 저도 궁금합니다. 저를 시작으로 친구들도 계속운전이 가능할지, 아니면 최초의 탈핵 원전이 될지 궁금합니다.

박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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