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구 호텔 수성에서 열린 영남권 시도지사 협의회에서 단체장들은 남부권 신공항 입지선정을 정부에 일임하기로 했지만 합의에 이르기 전까지 첨예한 신경전을 펼쳤다.
먼저 서병수 부산시장은 모두 발언에서 "부산은 민자를 유치해서라도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할 것"이라며'남부권 신공항'을 주창하는 대구, 경북, 경남, 울산과 선을 그었다.
서 시장은 "정부가 각 지역이 바라는 입장을 반영한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부산시는 대구와 신공항의 규모, 성격, 조성 시기에 관해 입장이 많이 다르다. 부산시는 민자를 유치해서라도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은 단순한 국내 공항이 아니라 사람과 물류가 드나드는 국제공항을 원한다. 대구는 대구가 필요한 공항, 부산은 부산이 필요한 공항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서 시장은 "360만 명의 부산에 제대로 된 공항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정부에 5개 시도 공동 TV토론회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영진 대구시장은 "불과 3개월 만에 영남권 5개 시도지사가 다시 만난 것은 그만큼 풀어야 할 현안이 많다는 증거다.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20여 개의 메갈로폴리스를 통해 광역 경제권을 확대하는 만큼 영남권도 각자의 이익과 주장을 넘어 경제공동체라는 인식 아래 큰 틀에서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도 거들었다."공항 문제를 다음 세대에 넘겨서는 안 된다. 수도권론자들이 지방공항을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지만, (신공항 건설이라는)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며 "(국가가)정책 결정권에서 추진하면 되는 것이지, (정부가 시도 간) 합의를 전제로 신공항을 추진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비약이라고 생각한다"고 일침을 놨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신공항 문제는 영남권 발전을 위해 꼭 추진해서 결론을 내야 하는 숙원 사업"이라며 "각 시도가 입장을 떠나 공동운명체임을 인식하고 반드시 결론을 내자"고 말했다.
홍준표 경상남도지사가 서 시장에게 가장 신랄하게 비판을 했다. 홍 지사는 작년 10월 창원에서 영남권 시도지사 협의회를 할 당시 신공항 당위성이 입증됐고, 신공항에서 제외된 시도에 대해서는 대규모 국책사업이 성사되도록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하지 않았느냐고 질타했다.
그는 "공항은 국가 보안 시설이므로 (부산시의 주장처럼) 민자 유치는 안 된다. 신공항은 이미 합의를 한 사항이기 때문에 (입지선정 등) 나머지는 정부에 백지 위임하면 될 것이지, 지자체가 주장할 사안이 아니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이어 "신공항은 여객운송이 아니라 첨단산업, 신산업의 화물을 항공운송으로 해외 판로개척 역할을 한다. 그래야 영남권이 수도권에 필적하는 경제공동체가 되는 것이지 대구, 부산, 울산식으로 뿔뿔이 흩어지면 안 된다"고 했다.
또 "작년 10월 시도지사 협의회에서 합의한 대로 하고 용역은 정부에 백지위임 해야 한다. 더 이상 신공항 문제로 서로 밀고 당기고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회의 말미에 서병수 시장의 입장이 다소 누그러지고, 다른 단체장들의 완곡한 설득이 이어지면서 극적으로 정부에 입지선정 용역을 일임하자는데 합의했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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