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코틀랜드 공통점은 손님맞이, 다른 사람 챙기는 것에서 행운 온다
두 나라 선조들의 가르침 아름다워, 친절하고 따뜻한 대구는 제2의 고향
나는 대구에서 가족과 함께 18년째 살고 있다. 이제 이곳은 나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내 뿌리는 스코틀랜드에 있으며, 지난해 말 한국에 온 이래 처음으로 두 아들을 데리고 내 고향 스코틀랜드를 다시 찾았다. 새해를 맞이하는 스코틀랜드에서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새해 결심을 하고, 폭죽을 터뜨리며 거리파티로 흥청거리지만 독특한 문화는 'tall dark stranger'(키 크고 피부 톤이 어두운 이방인)를 대접하는 것이다.
마침 지난해 12월 31일 두 아들과 스코틀랜드 수도 에든버러에 도착하였다. 밤 10시쯤 에든버러 성 아래 프린스 스트리트 가든(Princes Street Garden)으로 나가 보았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날씨는 매서우리만큼 추웠지만 2015년 새해를 맞이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시계 소리가 자정을 알리자, 성곽에서 터뜨려지는 불꽃은 형형색색의 색과 섬광과 꽝~ 꽝 소리와 합쳐져 향연을 펼쳤다.
여동생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그날 밤의 가장 중요한 '첫걸음 손님' 의식을 행할 준비를 하였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새해 첫날 첫 손님이 새해의 운세를 결정짓는다고 믿는다. 전통에 따르면 그 첫 손님은 집안 식구가 아닌 외부인인 '키 크고 얼굴 검은 나그네'여야 한다. 더하자면 이 방문자는 가정의 온기를 뜻하는 석탄 한 조각과 부를 뜻하는 동전 하나, 음식을 뜻하는 빵, 풍미를 뜻하는 소금, 그리고 분위기를 환하게 하는 술(위스키)을 가져와야 한다.
이 전통을 떠올리며 한국에서 온 나의 두 아들은 '키 크고 얼굴 검은 나그네'가 되기 위해 한국에서 슈퍼마켓을 뒤져 숯을 구입하고, 500원짜리 동전을 준비하고. 라면 한 봉지와 한국에서 생산한 천일염, 그리고 소주 한 병을 사 두었다. 보통의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다른 서양인들에 비해 키가 조금 작다. 그리고 흰 피부를 가지고 있다. 보통은 서양인들의 흰 피부를 뜻하는 'fair'로 명칭하지만 나의 아들들은 그렇지가 않다. 한국계 미국인인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스코틀랜드 사람에 비해 다소 거무스레하다. 그래서 한국에서 온 나의 두 아들은 스코틀랜드의 여동생 집에 새해 행운을 가져다주는 완벽한 전령사인 '키 크고 얼굴 검은 방문객'이 되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스코틀랜드도 뿌리 깊은 민족 주체성과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윌리엄 월레스처럼 자유를 위해 싸운 용감했지만 비극적이었던 영웅들과 함께 길고 뼈아픈 역사도 지니고 있다. 이것은 무엇보다 값진 유산이며 한국인과 스코틀랜드인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음악과 문화, 그리고 민족 전통을 통해서도 이런 면은 잘 발현되고 있다.
피부가 흰 스코틀랜드인들에게 왜 행운은 키가 크고 피부색이 검은 이방인에게서부터 온다고 생각할까? 한국인들은 나그네를 반기고 음식을 대접하며,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면서도 "식사하셨습니까?"라고 한다. 이렇게 보면 두 나라의 선조들은 다른 사람을 챙기는 것에서부터 행운이 온다고 가르쳐 온 것이다.
특히 많은 한국인들은 "그렇지만 우리는 친절의 잔을 드세, 지난날을 생각하면서"라고 끝맺는 위대한 스코틀랜드 시인 로버트 번스의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 -지난날을 생각하면서) 노래를 너무나 잘 안다. 친절하며 남을 아끼는 두 나라 사람들은 조상들의 이런 아름다운 전통을 잘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흰 얼굴의 이방인은 한국인들로부터 많은 친절과 따뜻한 보살핌을 받아 왔다. 그래서 이제는 대구가 내 고향이 되었다.
2015년 새해에 한국과 스코틀랜드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빈다.
황로은/경북대 국제교류원 원장보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