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女기숙사 습격사건'…"터질 일이 터졌다"

입력 2015-01-19 07:15:52

한밤 술취한 男 침입 복도서 소란…분실카드 악용 등 보안장치 미흡

여대생 생활관에 남학생이 침입해 소란을 피웠으나, 학교 측은 "별 일 아니다"며 감추기에만 급급해 비난받고 있다.

경북대학교 생활관인 첨성관 7층 여학생 생활관에 4층 거주 남학생 A(26) 씨가 침입한 건 이달 10일 오전 1시쯤이다. 여학생들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술에 취해 7층 복도를 서성이다 닥치는 대로 문을 두드렸고, 문이 잠기지 않은 방에 들어가기도 했다. 놀란 여학생들이 관리실에 연락해 소동은 10분 만에 끝났다. 하지만 관리실 직원은 A씨가 술에 취한 탓에 층수를 착각한 것으로 보고 그가 사는 생활관 호수만 파악해 돌려보냈다.

남학생의 기숙사 침입에 놀란 B(23'여) 씨와 첨성관생자치회 학생들이 이날 학교 측에 "소란을 일으킨 남학생을 퇴관조치하고, 출입 관리를 강화하라"고 요구했으나, 학교 측은 오히려 "별다른 사고가 없었던 만큼 일을 키우지 말자"는 식으로 대응했다고 여학생들은 말했다.

생활관 규정에 따르면 이 같은 행위는 바로 퇴관조치될 수 있는 사항. 규정에는 생활수칙을 어겨 받은 벌점이 14점을 넘으면 즉각 퇴관조치하도록 돼 있는데 ▷만취 상태로 생활관 입소 시 벌점 10점 ▷이성 생활관에 입실 시 벌점 10점 ▷소란'소음 발생 시 1~5점이 주어진다.

여학생들의 반발이 일자 대학 측은 소동 이틀 뒤인 12일 A씨를 퇴관토록 했으나, A씨는 이미 제 발로 나간 후였다. 학교 측의 뒤늦은 조치에 B씨는 "겁이 나서 더는 이곳에 못 있겠다"며 13일 생활관을 떠났다.

실제로 지난해 부산에서 대학 생활관 여학생 휴게실에 남학생이 침입해 여학생을 성추행한 사건이 있었고, 2013년에도 같은 대학 여학생 생활관에 다른 지역 대학생이 침입해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런 끔찍한 일 때문에 그동안 경북대 생활관 여학생들은 층별로 구분한 남녀 생활관을 별개 건물로 분리해줄 것과 출입관리 강화를 학교 측에 요구해왔다.

경북대는 지난해 2월 첨성관 지하 출입구에 카드키 인식 장치를 설치했으나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는 누구나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다른 생활관 출입구에는 손등 혈관 인식 장치가 있어 보안성이 뛰어나지만, 첨성관 지하의 경우 분실된 카드키를 외부인이 습득할 때는 무방비상태에 놓인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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