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짖지마" 진돗개에 쇠파이프 휘둘러 실명·장애

입력 2015-01-17 07:48:45

범인 "죽여버릴 것" 되레 협박…네티즌들 구속수사 촉구 나서

쇠파이프로 폭행을 당해 의식을 잃은 진돗개
쇠파이프로 폭행을 당해 의식을 잃은 진돗개 '단비'가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단비의 소식은 인터넷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현재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동물사랑실천협회 제공

50대 남성이 이웃에 있던 생후 6개월 된 진돗개를 쇠파이프로 마구 때려 중상을 입혔다. 짖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였다. 진돗개는 목뼈가 부러지고 왼쪽 눈을 잃었다.

포항북부경찰서와 동물사랑실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9시쯤 포항시 북구 흥해읍 보광사 인근에 살던 정모(51) 씨가 술에 취해 사찰 안쪽으로 들어와 그곳에 살던 진돗개 3마리 중 '단비'를 2m 길이의 쇠파이프로 마구 때렸다. 보광사 주지 재윤(53) 스님은 "이상한 소리에 나가보니 정 씨가 개 짖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단비를 마구 때리고 있었다. 단비는 왼쪽 얼굴 주위에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재윤 스님은 황급히 단비를 데리고 대구의 한 동물병원을 찾았지만 이미 목뼈와 턱관절 등이 부러지고 왼쪽 눈이 완전히 망가지는 등 생명이 위태로웠다. 그러나 혈액검사와 수혈 등 응급처치에만 170만원이 드는 등 치료비 부담이 커 변변한 수술은 엄두도 못 낼 상황이었다.

다행히 재윤 스님이 어렵게 돈을 빌려 병원비를 내고, 동물사랑실천협회의 도움이 더해져 단비는 서울의 한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단비는 간단한 회복식을 먹을 정도가 됐지만, 왼쪽 눈은 완전히 실명해 평생 장애를 안게 됐다.

경찰은 정 씨를 동물학대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불구속 입건, 대구지검 포항지청에 송치했다. 하지만 동물사랑실천협회에 따르면 정 씨는 "벌금 1천만원을 내면 된다. 다시 절에 찾아가 나머지 개 2마리도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을 전해 들은 누리꾼들은 분노하고 있다. 인터넷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올라온 '포항시 백구 쇠파이프 학대 사건, 구속 수사 및 징역형 선고를 위한 서명 받습니다'라는 글에는 16일 오후 5시 현재 2만7천여 명이 동참했다. 서명 마감일은 23일까지다.

동물사랑실천협회 관계자는 "재윤 스님이 나머지 2마리 개를 창고에 보호하고 있다. 동물학대에 대해 보다 강한 처벌을 요구하고, 서명서도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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