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 파동의 배후는 K, Y'라는 김무성 대표의 개인수첩 메모가 여권 전체를 들쑤시고 있다. 영문 이니셜의 당사자가 한때 '친박'의 핵심 멤버였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청 관계에 다시 난기류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이런 광경을 보는 국민은 실망스럽다. 경제활성화, 공공개혁 등 시급한 국가적 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 당청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엉뚱한데 힘을 빼고 있는 듯하니 그렇다.
'메모 파동' 당사자들의 움직임을 보면 황당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8일 여당 측 인사들과 술자리에서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이 '문건 파동'의 배후는 김 대표와 유 의원이라 했다고 하고 음 전 행정관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진실은 본인만이 알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하지만 만일 사실일 경우에도 청와대가 진실을 말할지는 의문이다. 음 전 행정관의 말이 사실이라 해도 이를 인정하면 엄청난 정치적 후폭풍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처신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사진기자가 뻔히 볼 수 있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수첩을 펼쳐본 것은 일부러 사진에 찍히려고 그렇게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휴대전화 화면에 '보안필름'을 부착할 정도로 국회의원들이 사진기자의 촬영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감안하면 김 대표의 허술한 '보안'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우연일 뿐"이라며 부인하지만 '김 대표가 청와대를 겨냥해 일부러 그런 의혹을 흘렸다'는 의구심은 숙지지 않고 있다.
'메모 파동'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고민은 없고 '음모 정치'의 음습한 기운만 뿜어져 나온다. 정치의 주요 속성 중 하나는 '세력 다툼'이다. 문제는 무엇을 위한 다툼이냐이다. 그 무엇의 첫 번째는 국가를 어떻게 더 발전시키고 국민을 어떻게 더 잘 살게 할 것인가가 돼야 한다. 그것이 정치가 지향해야 할 궁극의 가치다. '메모 파동'은 청와대나 여당 모두 이러한 기본적인 가치관을 상실한 것이 아니냐는 한탄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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