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운전 OK 신규원전 NO…캐나다, 주민의견 수렴 최우선
캐나다의 원전정책은 한국과 닮았다. 원전을 확대하는 정책도 그렇고, 계속운전(수명연장)을 강조하는 것도 그렇다. 원전이 한 지역(온타리오주)에 모여 있는 것도 같다.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이하 월성) 1~4호기는 캐나다에서 도입된 캔두형(중수로)이다.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월성1호기는 영구정지 처분 결정을 완전히 배제한 채 정책을 수립했다가 강력한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한수원은 2009년부터 839일간 5천600억원을 들여 월성1호기 설비개선을 마친 뒤 계속운전만이 유일한 원전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캐나다도 계속운전을 추진하지만 승인절차는 전혀 다르다. 안전점검 결과를 대중에 공개하고 의견수렴 후에 계속운전을 추진한다. 달링턴(Darlington) 원전의 계속운전 심의도 비전문가만 90여 명이 참여할 정도로 투명하게 진행됐다. 주민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는 한 어떠한 원전 정책도 있을 수 없다는 게 캐나다 원전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캐나다 원전정책, 계속운전은 OK
캐나다는 22기 원자로 중 20기가 온타리오주에 집중돼 있다. 19기는 운전 중이며, 3기는 영구정지 처분 후 폐로됐다. 설계수명을 다해서 안전점검 및 의견수렴 후 계속운전 결정이 내려진 원전도 9기에 이르며, 2기는 계속운전 승인 과정에 있다.
캐나다원전위원회(CNA) 미디어 담당 말콤 버나드 씨는 "캐나다 원전의 수명을 60년 정도로 보고 있으며, 설비개선을 통해 최대한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폐로된 원전에 대해서는 "경제성이 문제가 됐다"고 짧게 답했다. 캐나다는 계속운전을 위해 CNA를 통해 다양한 주민 설득작업을 펼치고 있으며, 이를 통해 2040년까지 원전을 2배 이상 늘리는 것이 목표다.
온타리오발전(OPG) 미디어 담당 니얼 캘리 씨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쓰나미가 발생하지 않는 지역임에도 모든 안전장비를 갖췄다. 이를 통해 계속운전의 정당성을 얻고 있다"며 "2016년 문을 닫는 피커링 원전은 경제성을 이유로, 젠틀리 원전은 안전성과 더불어 에너지 수급을 수력발전으로 대체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폐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피커링 원전은 원전을 시작할 때부터 적립해 놓은 기금(1조2천억원)으로 처리할 방침이고, 앞으로 폐로사업 역시 기금이 확보돼 있어 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원전정책, 신규 원전은 NO
계속운전은 순항 중이지만, 신규원전 건설은 제동이 걸린 상태다. 원전을 계속 짓겠다는 정부와 발전소 회사들은 주민과 민간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방향을 잃었다.
지난해 달링턴 신규 원전 건설허가가 취소됐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안전성 심사가 보다 강화된데다 신규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캐나다 연방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캐나다핵안전위원회(CNSC: Canadian Nuclear Safety Commission)의 달링턴 신규 원전 허가가 '무효'이며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또 지적된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일체의 행정조치를 금지시켰다. OPG 측은 최대 4기의 신규 원전(가압 중수로) 건설을 위한 부지조성 허가를 캐나다 핵안전위원회에 제출했지만, 그린피스 캐나다 등 환경단체가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 이기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재판부는 원전 부지에서 발생하는 유해화학물질(방사성물질을 포함한) 방출 시나리오의 문제,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고려, 다수 호기의 공통 원인 사고 문제 등을 이유로 들어 핵발전소 건립을 불허했다.
◆캐나다에서 보는 월성1호기 계속운전
월성1호기는 캐나다에서 도입된 중수로다. 안전점검 과정에서 캐나다 전문기술이 많이 적용됐다. 월성1호기 점검에 직접 참여한 캐나다 중수로 발전 업체 캔두(Candu)의 제리 홉우드 부사장은 한국 중수로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월성1호기 압력관(경수로의 경우 원자로에 해당) 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보다 안전해졌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중수로 압력관을 교체했다는 것은 계속운전을 의미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월성1호기 설비개선을 했던 많은 동료들의 공통된 평가가 '안전성에 충분히 대비했다'고 나온 만큼 주민들은 계속운전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캔두의 한 관계자는 "캐나다도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노후 원전이 설비개선을 통해 안전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걸 하지 말자는 것은 아까운 국민의 재산을 날리는 일인데,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설계수명은 기술적인 원전 노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캔두 측은 설비가 간단하고 핵연료를 가공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어 중수로가 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국내에서 중수로가 걱정스러운 이유
하지만 사용 후 핵연료 보관문제와 중대사고 발생 시 격납용기가 과압될 수 있다는 등의 위험성이 크게 우려돼 국내에서는 중수로 확대가 어려울 전망이다.
중수로는 가장 먼저 상용화한 캐나다(22기)를 비롯해 인도(18기), 한국(4기), 중국(2기), 아르헨티나(2기), 루마니아(2기), 파키스탄(1기) 등 7개국이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중수로 운영 환경은 최악이다. 캐나다처럼 땅이 넓지 않아 사용후 핵연료 처리가 골칫덩어리고, 원전 위치도 주민과 너무 가까워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중수로는 사용후 핵연료가 매일 많은 양으로 나오기 때문에 IAEA 등에서도 관리'감시 등에서 불편해하고 있다. 자칫 핵무기로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수로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는 경수로(월성을 제외한 모든 국내 원전)에 비해 10배가량 많다. 18개월에 한 번씩 내놓은 사용후 핵연료를 볼 때 경수로의 경우 60t가량인데 비해 중수로는 600t에 이른다. 결국 국내 4개의 중수로가 내는 사용후 핵연료가 19개의 경수로보다 많다는 얘기다.
특히 자연재해 등이 닥칠 경우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냉각제가 상실될 경우 핵분열 반응이 급격히 증가해 핵폭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체르노빌 원전의 경우 1기가 폭발한 사고였지만 방사성 물질 유출은 후쿠시마 사고보다 5배 이상 많았다.
월성1호기가 지진발생 가능성이 높은 활성단층대에 위치한 만큼 민간검증단은 다양한 재해상황을 가정한 엄격한 안전점검 잣대를 들이대 계속운전에 대해 부정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한 민간환경감시센터 관계자는 "만약 최신 국제안전기준이 엄격히 적용된다면 아예 캔두형 원자로는 건설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사용후 핵폐기물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국내에서 중수로를 고집하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글 사진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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