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이메일 보냈지만 깜깜…회신 늦어지자 구단 직접 방문
'카리브해의 검은 사자' 야마이코 나바로(30)와 삼성 라이온즈의 재계약 발표 지연에는 도미니카공화국의 열악한 인터넷 사정이 한몫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협상을 마무리 짓고도 현지의 IT 인프라 부족으로 나바로 측의 계약서 회신이 늦어지는 바람에 공식 발표가 늦춰졌다는 후문이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나바로의 재계약 여부는 삼성 팬들에게 큰 관심사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333와 4홈런 10타점을 기록하며 워낙 강한 인상을 남긴 덕분이다. 나바로는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역대 세 번째 외국인 선수다.
하지만 그의 재계약은 마감 시한(12월 31일)이 다 돼서야 이뤄졌다. 협상 분위기가 좋다는 구단 측의 공언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이에 따라 팬들 사이에서는 삼성이 밴덴헐크와 나바로를 한꺼번에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와 관련, "나바로 측과 지난해 12월 20일 금액 등과 관련해 구두로 합의했으나 정작 계약서를 받지 못해 28일에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또 "나바로 측으로부터 회신이 오지 않아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스카우트팀 직원을 나바로의 고향집에 보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선수와의 계약은 구단이 이메일로 계약서 원본을 보내면 선수 또는 에이전트가 이에 사인한 뒤 스캐닝해서 회신하는 형태로 대부분 이뤄진다.
나바로의 고향은 도미니카의 수도, 산토도밍고에서도 승용차로 1시간 30분 정도 가야 하는 '키스케야'(Quisqueya)라는 지역이다.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시골마을이지만, 7차례나 메이저리그 올스타로 뽑힌 알폰소 소리아노(39)가 이곳 출신이라 야구 열기는 대단한 곳이다.
나바로의 어머니도 삼성 측에 정성을 보였다. 30분 거리에 있는 도심의 인터넷 카페를 찾아 계약서를 출력하고, 아들의 사인을 받아 삼성 관계자들이 비행기에 오를 무렵 회신했다고 한다. 삼성 측은 "굳이 집까지 방문한 것은 계약서를 받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선수와의 교감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며 "이승엽 등 동료 선수들과 찍은 사진, 우승 메달이 거실 곳곳에 걸린 모습을 보고 팀에 대한 나바로의 애정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삼성이 최근 나바로 전담 통역원을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구가톨릭대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하고, 파라과이에서 유학한 박찬영(29) 씨다. 나바로는 메이저리그에서 뛴 바 있어 영어로 소통하는 것에도 문제가 없지만 모국어인 스페인어를 더 편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한편 1월 중순 이후 괌 전지훈련에 참가하는 나바로는 한국시리즈 MVP 부상으로 받은 자동차(KIA 올 뉴 쏘렌토)는 고향으로 보낼 예정이다. 색상은 흰색으로 골랐다. 나바로는 대구시민야구장 인근에 구단이 마련해준 숙소가 있어 지난해에는 필요한 경우에 주로 택시를 타고 다녔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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