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전국 책쓰기 연수'가 끝이 났다. 대학교 기숙사에서 합숙을 하면서 이루어지는 연수는 커리큘럼이 팍팍했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고 한 권의 책으로 펴내는 책쓰기의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하도록 되어 있기에 선생님들은 연수 중에도 쉴 틈이 없었는데, 심지어 재택 과정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대구를 제외한 16개 시도의 선생님들이 한 주 꼬박 귀한 시간을 내어 기꺼이 함께하시는 그 열정이 놀라웠다.
연수 과정 중 자신에게 직업을 물었을 때, 초등학교 교사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는 한 선생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애들 일찍 집에 가고, 가르치는 내용도 쉽고, 방학 때면 판판이 노니까 정말 좋겠다는 말이 듣기 싫어서란다. 그 선생님 말도 이해가 갔다. 그 어떤 직업 현장도 녹록지 않겠지만, 교사 역시 편하기만 한 직업은 아니다. 나 역시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다른 집 아이를 한나절 돌본 적 있느냐고 우스개처럼 되묻는다. 하루만 돌보아도 지치기 마련인 그런 아이 서른 명을 책상에 앉히고, 하기 싫은 공부를 '잘' 시켜야 하는 일이 우리 일이라고. 쉽다는 건 어른들의 생각이지, 아이들에게는 결코 쉬운 게 아니라는 것도 반드시 덧붙이곤 한다. 언론에서 말하는 팍팍한 학교의 사건들 몇 개만 들먹이면 사람들은 금세 '어휴, 힘들겠어' 하고 수긍하곤 한다. 하지만 방학에 있어서는 조금 다르다.
방학 역시 '배움을 쉰다'는 뜻인 '放學'에서 '訪學'으로 바뀐 지 오래라는 생각을 해 본다. 새로운 배움을 찾는다는 뜻이다. 학교 현장이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요구받는 가운데, 교사들은 가르칠 것을 찾아야 하며, 시대에 따라 새로 배워야 한다. 전국 연수에 참가한 선생님들 역시 그러한 '訪學' 중인 셈이다. 최근 중학교 1학년 영어 교사를 대상으로 초등 영어 교육과정에 대한 연계성 연수가 이루어진 것처럼, 교사에게 요구되는 배움의 범위는 학교급을 넘어서기도 한다. 방학 때 푹 쉬어야지, 하는 소리는 이미 옛말인 거다. 이렇게 바뀐 방학의 의미가 교사에게는 긍정적인 한편으로, 사실상 학생들에게조차 학원이나 과외 따위의 순례로 '쉬지 못할 방학'이 되어버린 작금의 사태는 안타까운 일이다.
직업을 밝히기 싫다던 그 선생님은 연수의 끝에 '교사, 당당하게 방학 나기'라는 글을 완성하셨다. 교육청에 파견을 나와 있는 이유로 나는 방학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다시 돌아간다면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제대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화원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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