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한민국, 세 거인에게 길을 묻다
1945년 해방 이후 한국은 가난과 질병, 무지와 폭력, 부정부패에 허덕이던 나라였다. 오랜 일제강점으로 국민은 패배의식에 젖어 있었고, 독립국으로서 걸음마도 떼기 전에 맞이한 6'25전쟁은 국민과 국토를 철저하게 유린했다. 세계는 한국이 이 깊은 상처와 가난을 극복하는데 적어도 100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불과 50여 년 만에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일어섰다. 이 드라마를 세계 각국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21세기 대한민국 세 거인에게 길을 묻다'는 한국 현대사를 이끌어온 세 거인, 즉 박정희 전 대통령, 이병철 삼성 창업주, 김수환 추기경의 리더십을 통해 21세기 한국에 닥친 어두운 그림자를 헤쳐나갈 길을 모색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조국 근대화를 이룩한 지도자로 '우리도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국민의 가슴에 각인 시켰다. 그는 불굴의 도전정신, 선택과 집중, 일을 맡긴 이상 철저하게 사람을 믿는 용인술, 강한 추진력, 미래를 내다보는 탁월한 혜안으로 가난과 궁핍, 폐허와 패배의식에 젖어 있던 국민을 깨웠다.
미국 중앙정보국은 박정희 대통령을 '카리스마와 서민적 이미지를 함께 갖춘 인물, 국민을 사랑했던 진정한 민주주의자'라고 평가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문경공립보통학교 교사시절 가르쳤던 제자 이명자(1925년생) 씨는 "소풍 때 도시락을 가져오지 못한 학생들을 선생님이 하숙집으로 불러 밥을 먹여주셨다"고 말했고,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정렴 씨는 "청와대 본관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선풍기가 있었지만 대통령은 전기를 아끼기 위해 틀지 않았다. 아침저녁은 보리 30%를 섞어 먹었고, 특별한 행사가 없는 한 점심은 국수였다. 영부인도 장관도 보좌관도 모두 국수를 먹었다"고 회고했다.
박정희 대통령을 세월이 지난 후대에 독재, 독단이라고 폄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당대 가난한 국민들이 그를 그처럼 믿고 따랐던 것은 그가 가난한 국민과 꼭 같은 의복, 꼭 같은 밥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기를 쓴 조갑제 씨는 '박 대통령이 부국강병에 성공한 것은 (깊은 혜안과 강한 추진력뿐만 아니라) 못살고 힘없는 사람들을 사랑한 결과일 것'이라고 했다.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안일한 삶을 혐오했다. 그는 끊임없는 창조 행보로 그 자신과 삼성그룹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을 거듭나게 했다. 1976년 6월 서울경제신문에 쓴 호암의 글은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사업에 임했는지 보여준다.
'내가 만약 부(富)만을 위해 살았다면 제일제당만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국민경제를 위한다는 생각만 했다면 칠난팔고(七難八苦) 끝에 완성한 한국비료와 함께 유유자적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영욕이 엇갈리는 괴로움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언제까지나 청신한 창조력을 지속시켜 나가기 위해 쉴 새 없이 사업을 벌였다.'
호암은 개인적 욕심을 기업에 담아내지 않은 '참 기업인'이었다. 이병철 회장은 '나는 삼성이 나 개인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삼성은 사회적 존재다'는 말과 함께 그룹 계승자로 3남 이건희 회장을 택했다. 호암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고, 이건희 회장은 삼성을 확고한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다.
김수환 추기경의 리더십은 한마디로 '영적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무한 경쟁구도 속에서 인류는 과학의 발달과 경제발전으로 물질적인 풍요를 획득했다. 그러나 '성장'과 '승리' '풍요'를 향해 달리느라 정신은 피폐해졌고, 근본적인 지향점을 잊어버렸다. 성장, 발전, 경쟁 그 자체가 목표가 돼 버린 듯했다. 그 결과 불신과 고독, 분열과 갈등, 파괴적인 행태로 인류는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누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류가 발전의 수단으로 택했던 것들이 인류를 공격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김 추기경은 하느님의 사랑과 이웃사랑을 일치시키려는 삶을 살았으며 꿈과 희망, 사랑과 섬김, 용기와 반성, 소박과 겸손, 나눔과 희생, 화해와 상생의 리더십이 인류를 이끌어가는 근본적인 힘임을 보여주었다. 그의 리더십은 그야말로 '지속가능한 평화와 행복'을 위한 리더십이었다.
절망과 폐허 속에서 대한민국이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박정희, 이병철, 김수환 등 훌륭한 리더들이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온갖 풍상에도 각자의 시대적 사명을 기꺼이 완수했던 대한민국 국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책은 21세기 한국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앞선 세 거인과 같은 뛰어난 리더와 함께 그의 리더십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팔로우십'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229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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