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대박 가게에는 '손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손이 크다는 것은 후하다는 뜻이다. 단골이든 뜨내기든 가리지 않고, 주인이 직원을 대하는 마음 씀씀이 또한 남다르다. 잘 되는 가게는 사장도 종업원도 손님도 얼굴이 편안하고 밝다. 돈이 아니라 사람과 일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박리다매로 돈을 버는 가게나 기업은 많다. 흉내 낼 수 없는 맛이나 품질로 승부하는 것도 성공의 지름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대박의 이유를 전부 설명할 수 없다. 사람을 끄는 매력이 없다면 제아무리 맛과 퀄리티가 뛰어나도 곧 한계에 이르기 때문이다. 남는 게 별로 없어도 손님이 흡족하도록 아낌없이 내어주는 가게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출난 마케팅이 없어도 호감이 가는 가게에는 손님이 몰린다. '인심이 장사 밑천이다' 말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좋은 사례로 '탐스(TOMS) 슈즈'를 들 수 있다. 미국 기업인 탐스컴퍼니가 만든 이 신발회사는 신발 한 켤레 팔릴 때마다 저개발 국가의 아동에게 신발을 한 켤레 제공하는 '1대1 기부'의 경영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지금까지 1천만 켤레를 기부했다. 설립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30대의 젊은 경영인으로 최근 커피 사업에 진출하면서 커피 한 봉지 팔 때마다 저개발국 주민 한 명에게 일주일치의 깨끗한 식수를 기부하겠다고 공언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강조되고 '사회적 기업'이 크게 주목받는 시대다. 최근 지속가능연구소가 대학생 2천36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응답자의 73%가 '친환경 제품이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이라면 더 비싸도 살 용의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윤을 우선시하는 기업보다 사람을 배려하고 가치를 만드는 기업을 높게 평가한다는 소리다.
그런 점에서 최근 '5만달러 국가의 조건'이라는 제목으로 내놓은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정한 룰이 지켜지지 않고 신뢰나 배려, 참여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자본(품격)이 빈약하면 국민소득 5만달러는 어림없고, 되더라도 의미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사회자본지수는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갈수록 인심과 신뢰, 배려와 같은 소프트 파워의 비중과 영향력이 커지는 추세다. 품격과 5만달러 중 우리가 뽑아야 할 선택지는 어느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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