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에만 2개의 과학기술원…4번째 과기원 등장 비난 봇물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의 과학기술대학원(과기원) 전환 법안이 8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기존 '3대 과기원 체제'에 상당한 균영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첫 학부 신입생을 선발한 DGIST 경우 입학 정원이 두 배에 가까운 '4번째 과기원'의 등장으로 인해 신입생 모집과 대학 운영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수월성(秀越性) 교육' 취지 퇴색되나?
울산과기대는 2009년 과학기술특성화대학 국립대학법인으로 개교했다. 과기원으로의 전환이 최종 결정되면 교육부 소속에서 '특정연구기관 육성법' 적용을 받는 연구기관으로 신분이 '승격'된다.
과기원 전환에 따라 대학 운영에는 폭넓은 혜택이 주어진다. 학생 정원을 자율로 뽑을 수 있고 입학생들은 수업료 면제와 병역 특례를 받는다. 울산과기대는 과기원으로 전환되면 현재 700명인 연간 신입생 선발인원을 300~400명 이하로 줄일 계획이라고 하지만 연간 200명 수준인 대경과기원이나 광주과기원보다 여전히 많은 규모다. 울산과기대는 현재 9개 학부(20개 전공)에 학부생 2천800여 명, 대학원생 1천여 명이 다니고 있다.
이번 울산과기대의 과기원 전환이 '고급과학기술 인재 양성'이라는 과기원 본래의 수월성 교육 취지를 퇴색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부산경남과 전북에서도 지역경제 활성화와 우수인재 유치를 이유로 현 과기대를 과기원으로 전환해달라는 요구가 강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경과기원과 광주과기원에 비해 두 배에 가까운 울산과기원의 모집인원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DGIST 한 교수는 "전국 과학고 신입생이 1천700여 명인데, 이중 절반인 1천 명이 KAIST, DGIST, GIST 3곳에 입학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울산과기원이 문을 열어 300~400명을 뽑게 돠면 타 과기원은 줄어든 정원을 채우기 위해 일반고 학생들을 찾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이렇게 되면 과기원이 가진 수월성 교육의 취지가 지켜질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나타냈다.
◆여건 좋은 울산에 날개까지?
울산과기대의 과기원 전환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대학들은 비상이 걸렸다. DGIST는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지역적으로 대기업이 많고, 대학 경영에 좋은 입지를 갖춘 울산과기대가 과기원으로 전환되면 당장 학생 모집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DGIST 측은 "울산과기대는 이미 대규모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고, 울산 지역 기업들로부터의 후원도 활발해 대학 경영에 큰 힘을 받고 있다"며 "반면 DGIST는 이제 막 학부생을 선발했고, 특색있는 교육프로그램으로 호응을 얻기 시작하고 있는데 울산과기원의 등장으로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지역 대학에서도 울산과기원 탄생 가능성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경북대 본부 한 관계자는 "현재 울산과기대 입학 자원과 경북대 이공계 최상위권 학과 자원 수준이 일부 중첩되고 있어 우수 고교생들의 유출이 우려된다. 가뜩이나 전국적으로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데, 수업료 면제나 병역 특례 등 막대한 혜택을 갖춘 과기원이 또 탄생하면 기존 국립대는 큰 타격을 입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주요 연혁
- 2003년 대구경북과학기술원법 제정 공포
- 2004년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설립
- 2008년 대구경북과학기술원법 개정 공포(교육기능 신설)
- 2011년 제1회 석박사 입학식
- 2014년 3월 DGIST 융복합대학 기초학부 제1회 입학식
- 2014년 6월 학사 캠퍼스 준공식
- 2014년 9월 설립 제10주년 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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