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24시 현장기록 112] 조직폭력배 우리 주위에도 있다

입력 2015-01-08 07:26:16

친구나 이웃, 지인들과 간단히 한잔하며 우정을 나누는 동네 유흥업소 주변에도 조직폭력배들이 설치고 있다면? 설마하며 의아해하는 독자들이 많겠지만, 동네 유흥업소들도 조직폭력배들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일정 지역을 근거지로 활동하면서 상습적으로 금품을 갈취하고 폭력을 일삼는 자들을 '동네 조폭'이라고 한다. 경찰이 관리대상으로 올려놓고 감시하는 기존의 조직폭력배보다 서민 생활에 더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이들은 지역의 상인들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상습적으로 무전취식을 하며 행패를 부리기도 한다. 또 술에 취해 주취 폭력을 휘두르고, 주민들을 상대로 반복적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2014년 9월 말경이었다. 동네 조폭 관련 첩보를 수집하는 대구성서경찰서 강력6팀의 형사들 눈에 한 남자가 포착되었다. 유흥업소에 아가씨를 제공하는 이 남자의 행동이 이상하리만큼 조직폭력배와 유사했던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 보도방 업자들을 상대로 확인에 들어갔다. 이 남자는 성서 쇼핑월드, 모다아울렛 일대 보도방 업자들이 연합회를 결성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연합회에 들어오지 않는 보도방 업자를 상대로 공갈 협박하고 있었다. 그는 또 주변 유흥업소 업주들의 영업을 방해하는 등 행패를 부리는 일명 보도대장임이 확인되었다.

우리 팀은 은밀히 내사를 진행해 나갔다. 먼저 매일 오후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캠코더로 약 2개월간에 걸쳐 보도방 업자와 유흥업소 업주들의 유착 관계 확인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유흥업소 업주들은 반대로 형사들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웃지 못할 일도 많이 벌어졌다. 끈질긴 추적 끝에 이들의 불법 영업 사실을 촬영 후 순차적으로 보도방 업자 및 유흥업소 업주들을 불러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게 되었다.

다음은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확인한 결과 밝혀낸 보도대장인 피의자 이모 씨의 행적이다.

이 씨는 대구의 3대 폭력조직 중 하나인 ○○○파의 조직원으로, 2004년경부터 대구 달서구 성서 일대의 술집에 여성 도우미를 공급하는 '보도방'을 운영했다. 조폭세계에서는 나이가 많은 선배인 만큼 후배들을 거느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여 보도방을 수년간 운영하게 된 것이었다. 보도방을 운영하며 이 씨는 여성 도우미 공급을 장악하면 유흥업소도 자동적으로 장악할 수 있다는 업계의 속성에 대해 알게 되었고, 유흥업소는 여성 도우미가 없을 경우 영업에 타격이 크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는 2010년부터 달서구 호산동, 이곡동 등 성서 일대의 보도방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는 보도방 연합회를 구성하고 보도방 업자들을 강제로 가입시키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이 씨는 ○○○파 조폭인 남모 씨와 현모 씨를 측근으로 동참시켜 조폭이라는 위세를 내보이며 업주들을 위협, 보도방 연합회를 장악하게 되었다.

결국 이 씨의 협박에 굴복한 40여 명의 보도방 업자들은 가입비 명목으로 30만~80만원씩 내야 했고, 매달 회비로 2만~3만원씩을 이 씨에게 상납했다. 성서 지역의 보도방이 드디어 이 씨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보도방으로부터 여성 도우미를 공급받는 이 일대 150여 개 유흥업소도 이 씨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

이후 이 씨는 보도대장이라는 별명으로 온갖 악행을 일삼기 시작했다. 구역 내 유흥업소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여성 도우미를 쓰지 않을 경우 업주에게 욕설 및 영업 방해 등을 일삼았고, 지난해 1월에는 여성 도우미 시간당 비용을 2만5천원에서 3만원으로 일방적으로 인상하려 했다. 이 같은 전횡에 업주들이 반대하자 여성 도우미 공급을 끊어 영업을 방해하였다. 타 지역 보도방에서 성서지역 업소에 여성 도우미를 공급하기라도 하면 도우미들이 타고 온 차량을 파손하기도 했다. 또 성서 일대 유흥업소의 과일 공급을 독점하여 납품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가로 자영업을 하는 김모 씨에게 1천500만원을 받아 가로채기도 하였다.

하지만 보도대장의 횡포는 오래가지 못했다. 기세등등하게 행동하던 이 씨는 결국 경찰의 동네 조폭 첩보에 걸려들게 되었다. 형사들은 이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약 보름간 이 씨가 자주 가는 곳에 매복해 있다가 그를 검거했다. 검거 과정에서 이 씨가 폭력을 휘두르며 강력히 반발한 것은 물론이다.

최근 경찰에서는 동네 조폭 피의자가 구속되어 만기 출소를 하더라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모니터링 제도를 활성화하여 지속적으로 감시를 하고 있다. 수시로 피해자와 연락을 하는 핫라인도 구축하여 추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언제든지 경찰에 신고하여 주시기를 부탁한다.

조효영/대구성서경찰서 강력6팀장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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