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학생 '국제시장' 단체관람에 감상문까지

입력 2015-01-08 07:52:25

교육청 지침에 학부모 반발

7일 끝난 대구시교육청의 중학생 대상, 영화 '국제시장' 무료 관람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24일 대구의 모든 중학교(124개교)에 공문을 보내 이달 2~7일(주말'휴일 제외) 수성구의 한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국제시장' 관람 희망자를 모집, 학교마다 48명씩(교감 1명, 교사 2명, 학생 45명) 일정에 따라 단체관람토록 했다. 시교육청이 창의적 체험활동 예산 1천200만원을 들여 학생들에게 무료로 보게 했는데, 그 인원이 6천 명이나 된다.

시교육청은 이 영화가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굴곡 많았던 시대를 살아온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담겨 학생들이 이전 시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더불어 가족의 소중함까지 생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를 추진했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와 학부모단체 등은 이 영화가 한국현대사의 어두운 부분을 외면함으로써 산업화 세대를 미화했다는 논란까지 일고 있어 좀 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최근 몇 년간 특정영화를 단체관람한 일이 없어 그 진정성에도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대구지부 관계자는 "이 영화의 교육적 의미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이순신 장군의 해전을 다룬 '명량',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 '변호인' 등 사회적으로 이슈를 낳은 영화가 많았는데도 유독 이 영화만 단체관람토록 한 것은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고 했다.

더욱이 시교육청은 이 영화 관람 후 감상문 대회를 열어 학교당 우수작품을 선정키로 해 강제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한 학부모는 "희망자에 한해 관람할 것을 권했으나 감상문 대회를 연다고 하니 억지로라도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이 같은 암묵적 강제성은 학생들의 선택권을 빼앗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 영화가 그린 시대는 교실에서 책으로 배우는 것보다 영상을 통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학생들도 알아야 할 내용이라 판단했다. 수년간 영화 단체관람을 한 적은 없지만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연극 등은 수시로 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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