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1월 1일은 빈 필하모니 신년 음악회로부터 시작된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만 전 세계에서 70만 명이 몰려오고 TV 시청자 수가 4억 명이 된다.
신년음악회의 레퍼토리는 활기차다. 스트라우스 1, 2세 부자의 다양한 왈츠와 폴카가 열기를 돋우면 '봄의 소리 왈츠'가 절정을 이루고 오스트리아 제2의 국가라 일컫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경쾌한 드럼 소리로 시작하는 '라데츠키 행진곡'이 연주된다. 또한 빈 필보다 더 오랜 전통을 가진 빈소년합창단의 맑은 목소리도 한몫한다.
빈 필의 신년 음악회 입장권은 로또 당첨과도 같다. 매년 공연 전 해, 1월에 홈페이지를 통해 티켓 접수를 하고 무작위 추첨을 통해 우편이나 이메일로 당첨 소식을 전한다. 비엔나에서 5년 살이를 한 필자도 신년음악회에 한 번도 당첨되지 않았다. 두어 번 신청하고 말았으니 당연한 노릇이다.
새해는 누구든 고유의 전통 속에 한 해를 시작하기 마련이다.
오스트리아 비엔나는 1년 한 해를 신년음악회로 시작한다. 나라를 넘어 전 세계 클래식 애호가들의 잔치이다. 비엔나 시민들이야 자기네 전통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이방인인 한인 교민들은 어떤 전통으로 한 해를 시작해야 되나? 별로 기억이 안 난다. 겨우 떡국 끓여 먹는 걸로 위안을 삼고 남의 잔치를 TV 시청으로 위안을 삼는 정도….
하기야 한국에서의 양력 신년엔 뭐 마땅한 게 있었나? 있다면 섣달 그믐날, 보신각 제야 종소리와 폭죽, 민족 대이동 같은 해맞이. 일종의 통과 의례 같은 행사일 뿐, 전통문화라고 보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고유의 새해 전통이라고 할 만한 것들은 죄다 음력설에 맡겼으니 양력 신년은 그냥 쉬는 날, 달력 통째 교환, 작심삼일로 끝나는 1년 계획 세우기, 직장인 시무식 등등 소소한 일정들로 시작한 기억들뿐이다. 양력과 음력설이 '따로국밥'으로 참 어정쩡한 신년을 보낸 것 같다. 한국 살 땐 몰랐는데, 외국 살다 보니 별 잔잔한 고민거리다.
신년에 뾰족하니 할 거 없다고 넋두리는 금물. 핸드폰에서 햇빛 한 번 못 쬔 전화번호를 찾아 인사부터 하자. 우린 원래 인사성 밝은 민족이 아니었던가? 새해의 의미는 뭐라 해도 알뜰살뜰한 정내기 인사가 제격이리라. 빈 필하모니 신년 음악회도 결국 새해 인사를 문화 잔치로 승화시킨 것이리라.
군위체험학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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