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마케팅' 활기…양을 그리는 작가들

입력 2015-01-03 06:00:00

착한 심성 대변하는 동물, 20년 넘게 매진 문상직…고 김남배 작가도 마니아

원은경 작
원은경 작
노동식 작
노동식 작
안정균 작
안정균 작

을미년 양띠해를 맞아 관련 마케팅이 활기를 띠고 있다. 미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연초부터 그림전,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따라 올 한 해 양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도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양아트센터는 11일까지 '2015년 새해맞이 양 그림전'을 열고 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희망찬 한 해를 설계하는 계기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로 문상직, 김정기, 이미란, 정성근, 류재학, 이봉수, 원은경, 김상용, 이종용, 정영철, 김장규, 안정균, 홍원기 등 6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다양한 양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053)230-3312.

1월 동안 전시 설명 프로그램인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진행하는 우양미술관(경북 경주시 신평동)은 프로그램 및 전시에 관한 소감을 제출한 관람객을 선정해 노동식 작가가 양띠해를 맞아 제작한 작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우양미술관은 시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양 작품을 소장할 수 있도록 노동식 작가의 작품을 아트숍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054)745-7075.

또 국립민속박물관은 2월 23일까지 '행복을 부르는 양' 특별전을 갖고 있으며 가나아트센터와 한국도자기는 사석원 작가의 작품을 담은 '양 그림 접시'를 선보였다.

양의 해를 맞아 양의 모습을 작품 속에 녹여내는 작가들의 활약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국내 화단에서 양 그림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작가는 문상직이다. 매일신문의 조간 전환 첫 신문이자 양띠해 신년호였던 1일 자 신문에 양 그림을 선물하기도 한 문 작가는 20년 이상 양만을 그리고 있다. 양이라는 한 가지 주제에 고집스럽게 매달려 온 작가는 문 화백이 거의 유일하다. 문 작가가 그린 양떼 그림은 해 질 녘 노을빛을 받은 듯, 새벽 안개에 쌓인 듯 몽환적이다. 부드럽고 따뜻한 필치로 그려낸 양떼를 보고 있으면 세상 시름과 고민도 사라진다. 작품은 비슷해 보이지만 저마다의 메시지를 품고 있다. 문 작가가 양을 통해 저마다 다른 삶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문 작가는 양띠해를 맞아 6일부터 17일까지 갤러리제이원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경기도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대구 출신의 정성원 작가도 양을 소재로 한 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 "행복을 꿈꾸며 행복을 그린다"고 말하는 정 작가는 사람은 착한 심성을 갖고 태어났다고 믿고 있으며 이를 작품 속에 넌지시 내비치고 있다. 이러한 작품 경향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동물이 양이다. 맑은 눈망울을 지닌 양은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전달하는 매개체다.

1991년 타계한 김남배 작가도 양 그림으로 유명했다. 부산 미술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김 작가는 전시회를 열 때마다 양 그림 1, 2점씩을 출품할 정도로 양 마니아였다.

귀여운 느낌의 캐릭터를 소재로 말장난 같은 언어유희를 보여주고 있는 김범준 작가의 작품에도 양이 등장한다. 'sheepsaekkideul'은 언어유희를 바탕으로 한 풍자와 유머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욕설처럼 느껴지는 이 단어는 '양'을 뜻하는 영어 'sheep'과 '어린 짐승들'을 의미하는 우리말 '새끼들'(saekkideul)을 합성한 말로 '어린 양들'을 뜻한다. 김 작가는 지나치게 거대해진 사회구조 속에서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풍자적 어투로 보여준다. 김 작가의 작품은 친숙한 캐릭터를 소재로 삼고 있어 재미있게 다가오지만 그 이면에는 가볍지 않은 메시지가 들어 있다.

이경달 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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