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흑두루미 쌀' 재배지에 국가공단이…"

입력 2015-01-02 07:37:48

구미 해평농협 집단 반발, 공단 부지에 편입 요구

해평농협 미곡종합처리장.
해평농협 미곡종합처리장.

"20년 전부터 미곡종합처리장을 운영하면서 해평 친환경 '흑두루미 쌀'을 생산해왔습니다. 갖은 고생 끝에 이제 겨우 전국브랜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코앞에 국가공단이 조성되고 공장이 가동되면 소비자들이 친환경 쌀로 인정하겠습니까?"

구미 해평농협(조합장 최서호)과 해평'산동'장천'인동 농민들이 "해평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을 국가 5공단 부지에 편입시켜 달라"며 한국수자원공사와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09년 구미 해평'산동면 일대 933만여㎡(300만 평) 규모의 구미 국가5공단 조성계획을 발표, 해평농협 RPC공장 부지 1천300여㎡(400평)를 편입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대상부지 안에 벼 500t을 저장할 수 있는 건조저장탱크 6동 가운데 4동이 포함됐다. 농협과 농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해평지역은 전체 70% 정도가 벼농사에 의존하고 있는데 미곡종합처리장의 핵심시설인 벼 건조저장시설이 수용되면 미곡처리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농민들은 RPC공장 부지 전체를 국가공단에 편입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농민들의 항의가 지속되자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최근 해평농협 RPC공장 부지를 공단에 편입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 했다.

농협과 농민들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첨단 전자'의료'광학기기 등이 주종을 이루는 제조업체들이 입주한 후 벼 도정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 등을 문제 삼아 RPC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보상을 요구할 경우, 그 책임이 고스란히 농가에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해평농협 최서호 조합장은 "수자원공사 실무자가 현장을 답사한 뒤 전체부지의 편입을 약속했기 때문에 순진한 농민들은 그 말을 믿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발뺌을 하고 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전체 조합원과 농민들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 국민권익위, 감사원, 국회 등에 건의하는 등 지속적인 민원을 제기하고, 인근에 첨단업종이 입주하지 못하도록 집단행동도 불사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 정책사업팀 김효성 과장은 "당초 전체 RPC 전체부지의 8% 정도를 편입할 예정이었으나 남은 92%를 다 사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RPC 전체를 편입시킬 경우, 보상비가 150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정돼 이는 고스란히 원가에 포함되고 입주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구미 정창구 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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