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소, 갈림길에 서다] <1>원전, 어디로 가야 하는가?

입력 2015-01-01 07: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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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수급 희망 방사능 피해 공포…원자력의 두 얼굴 풀어야 할 숙제는?

원자력은 두 얼굴을 가졌다. 유용하면서도 가장 위험한 에너지 자원이다. 그렇기에 원자력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의견은 늘 첨예한 대립각을 이룬다. 찬성하는 정부(한국수력원자력)와 반대하는 민간의 갈등은 새로운 원전건설 부지로 이름을 올린 강원도 삼척과 영덕을 이미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정책이 주춤해지는가 싶었지만, 에너지 수급에 쫓기는 정부는 원자력으로 도돌이표를 찍었다.

매년 10% 이상 전기사용량이 증가(정부 예상치)하는 한국은 원자력 에너지 의존도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에너지 수급의 희망이면서 방사능 공포를 안고 있는 원자력,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후손들에게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인가? 이는 한국은 물론이고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전 세계의 공통된 숙제다.

◆원자력 강국 대한민국, 어디로 가야하나

국내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는 총 23기로 세계 6위다. 단위면적당으로 보면 세계에서 가장 많다. 특히 국내 원전의 47%가 경북 동해안 지역(경주 5기, 울진 6기)에 집중돼 있는 만큼, 경북도는 원전을 짓고 운영하고 해체하는 모든 과정을 하나로 묶은 산업이 발전되길 기대하고 있다. 또 울진(4기)'영덕(4기)'경주(1기) 등에 시험운전 중이거나 추진 중인 원전이 모두 마무리되면 경북 동해안 지역은 거대한 에너지 공급소가 될 전망이다.

국내 원전이 전체 에너지 의존 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0%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지만, 정부는 앞으로도 원전을 더 늘일 계획이다. 2024년까지 12기를 더 지어 원전 비중을 48.5%까지 확대하겠다는 생각인데, 이는 자원이 없는 한국에게 원전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처럼 정부 의지는 뚜렷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위험성을 확인한 국민들은 이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지난 11월 삼척에서 진행된 국내 최초 원전건설 국민참여 찬반투표에서 투표 참여자 가운데 85%가 반대표를 던졌고, 영덕에서도 원전건설 검토를 원점에서 시작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게다가 원전의 잦은 고장과 불량부품, 납품비리, 허술한 보안망 등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반대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 결정이 목전에 와 있는 상황이어서 이 같은 반대 목소리가 정부 입장에서는 불편하기만 하다.

한수원 측과 1호기를 만든 캐나다 측은 안전성을 자신하지만 그린피스 등 민간단체에서는 '불가'를 주장하고 있다. 한수원 측은 "월성 1호기(천연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중수로'캔두형 원자로)의 핵심 부품(압력관)을 교체했기 때문에 새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그린피스는 "투입비용에 비해 계속운전이 갖는 경제성이 낮고, 감속재 유실 시 핵분열이 증가하는 등의 위험성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월성원전이 계속 운전으로 결정되면, 중수로보다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대부분의 한국 원전인 가압경수로도 계속운전으로 자동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계속운전이 불가하다고 한다면 앞으로 폐로 수순을 밟아야 한다. 하지만 폐로 기술도, 돈도, 방법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준비된 것이 없는 한국 입장에서 폐로는 당장 피하고 싶은 주제다.

한국수력원자력 한 관계자는 "설비개선으로 향상된 월성 1호기를 폐쇄한다는 것은 리모델링을 마친 건물을 부수는 것과 같다. 앞으로 10년을 더 돌리면 2조5천억원이 넘는 경제적 비용이 절감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폐로 기술을 이용하면 앞으로 국내원전 폐로 역시 어려울 게 없다"며 계속운전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새롭게 지어야 할 원전추진과 늘어나는 노후원전에 대한 사후처리 문제가 복잡'미묘하게 얽혀 있다. 당장 2017년 수명마감을 앞두고 있는 부산 기장의 고리원전 1호기 처리를 앞두고 해당 지자체가 원자력 해체기술 종합연구센터 유치를 서두르고 있고, 방폐장과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경주도 해당 센터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센터는 앞으로 국내외 원전 해체에 대비한 기술 개발과 관련 시설'장비 등을 갖추게 된다. 국내 가동 중인 23기 원전 중 2030년까지 수명이 만료되는 곳은 고리 1~4호기, 월성 1~4호기, 영광 1~2호기, 울진 1~2호기 등 무려 12기에 이른다.

70년간 14조원의 원전 해체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2050년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430기의 원전이 해체되고, 해체 시장 규모 또한 9천800억달러(약 1천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결국 시점이 언제가 됐듯 원전이 없어지면(폐로) 지역의 산업 황폐화는 불을 보듯 뻔하고, 지방자치단제는 이를 해체기술로 상쇄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또 다른 원전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세계의 원전은 지금

원전을 짓고, 운영하고, 원전에서 나온 핵폐기물을 처리하고, 원전폐로를 진행해야 하는 원전 전체 산업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고 키워나가느냐가 원전 보유국들의 관심사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만 해도 원전 건설과 운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일본'독일'스위스는 탈 원전을, 프랑스'영국'캐나다는 원전 건설 추진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풍부한 천연가스를 토대로 새로운 에너지원 발굴을 통해 원전을 대체하는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폐로 산업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월성 1호기에 기술을 수출한 캐나다는 원전 계속운전에 확신을 갖고 앞으로 원전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중수로에 대한 그들의 신뢰와 자부심은 대단하다.

캐나다 중수로발전 업체 캔두(CANDU)의 제리 홉우드(Jerry hopwood) 부사장은 "캔두는 중수로의 핵심부품을 효율적으로 교체해 계속운전을 위한 신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경주(월성 1호기)에 적용했다. 특히 월성 1호기의 압력관이 교체됐다는 것은 앞으로 30년은 너끈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월성 1호기의 설비교체는 캐나다에서도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 캐나다에서도 월성과 유사한 교체가 많았고 현재 계속운전도 성공적으로 진행 중에 있다"고 했다.

CNA(캐나다원자력위원회) 홍보담당 말콤 버나드(Malcolm Bernard) 씨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운전 중인 18기 원전 중 10기를 점검하고 교체한 결과 앞으로 25년은 더 운영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물론 운영 중지된 원전(피커링 원전)은 있지만 이는 안전성보다는 경제성 때문에 멈췄다. 캐나다는 2040년까지 현재 원전시장이 2배 이상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신규 원전 수출과 건립에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원전을 민간사업자들이 운영하다 보니, 철저히 경제성을 따져 운영과 폐로를 결정한다. 최근에는 일본 후쿠시마 사태로 시민들의 인식이 악화된데다 풍부한 천연가스를 활용한 다양한 대체에너지 개발이 이뤄지면서 폐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 역시 완전한 폐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용 후 핵폐기물을 처리할 명확한 규정이 없어 일정공간에 핵폐기물을 모아둔 채 관리하고 있다.

미국 메인주 위스카셋 양키원전(90만㎾급) 미디어 담당자 에릭 하우스(Eric Howes) 씨는 "경제성이 떨어지다 보니 폐로를 결정했고, 폐로 자금은 원전을 가동하면서 주민들에게 일정금액의 돈을 계속 적립해 해결했다. 하지만 폐로원전 인근에 보관하고 있는 사용 후 핵폐기물이 골칫거리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완벽한 폐로는 없다"고 했다.

사용 후 핵폐기물을 해결한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지역 엑셀 에너지가 운영하는 '앤거스 앤슨 파워 플랜트'는 원래 원전이었다가 화력발전소로 변해 수익창출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와 같은 사례는 찾기 힘들다. 대부분 녹지지대로 방치돼 있는 수준이다.

행정관리자 제임스 윌콕스(James Wilcox) 씨는 "1960년대 만들어졌을 때 당시 이름은 패스파인더 원전이었고, 폐로는 60년대 중반부터 추진했다"며 "당시 새로 핵연료를 장전하기 위해 연료투입구를 열었는데 고장이 많아 안정성을 이유로 폐로한 뒤 이를 화력발전소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한국 원전운영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티모시 브라운(Timothy Brown) 총관리자는 "한국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를 해결해야 계속운전 및 원료수출 등으로 인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의 경우 60년대 중반, 시민들이 원전을 잘 모를 때 폐로 했기 때문에 쉽게 진행할 수 있었다. 지금은 절대 상황이 그렇지 않다"고 했다.

특별취재팀 = 박병선 기자 이채수 기자 박승혁 기자 신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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