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조 경산시장이 취임한 이후 몇 차례 인사를 단행할 때마다 경산시 공무원들은 한숨을 쉬었다. '일 열심히 하면 뭐 하노? 대충 일해도 세월이 흘러 나이만 먹으면 승진하는데….' 이런 자조 섞인 한숨 속에는 능력이 아니라 '나이 순'으로 승진한다는 좌절감이 깊이 깔려있다.
이번 인사도 마찬가지였다. 1월 1일 자로 한 승진 인사를 앞두고 시가 공표한 인사기준을 보자. '시정발전 기여도, 총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정성과 객관성 있게 하되, 4'5급은 관리자로서의 자질, 6급 이하 직원은 부서장 의견을 받아 승진인사에 반영한다. 연공서열을 탈피하고, 업무능력 우수자와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발탁 승진시킨다. 특히 공직 내'외부로부터 물의를 일으키고,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은 승진에서 제외한다.' 바로 이렇게 돼 있다.
하지만, 이 인사 기준은 먹히지 않았다. 능력 위주의 인사가 아니라 이번에도 역시 '나이 순'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물론 최 시장이나 인사담당 부서는 이를 부정하겠지만, 최 시장 취임 이후 계속됐던 인사 스타일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명예퇴임까지 6개월 정도 남은 사람들의 '나이가 우선' 승진, '택호를 바꿔주기' 위한 4'5급 승진, 정당 관계자들의 입김이나 눈치를 보는 인사였다. 수년 전 회계부정 등으로 징계를 받는 등 공직 내외부에서 물의를 빚었던 사람들도 승진 대상자에 포함됐다.
'나이 순' 중심의 승진 인사 스타일은 '능동적인 경산시'를 가로막는다. 시가 남천 영대교 하류에 야외 스케이트장과 얼음 썰매장을 25일 개장하겠다고 보도자료까지 냈으나 준비부족으로 개장하지 못했던 사건은 경산시 행정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부서 간 업무 떠넘기기를 하다 개장 약속을 어긴 것이다. 결국 '열심히 일해봐야 결국 나이 순서를 깨지 못한다'는 의식 때문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공감할 수 있는 인사를 통해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능력이 최 시장에겐 정녕 없는 것인가?
경산 김진만 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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