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중1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최근 들어 딸아이가 자주 우는 모습을 보여 걱정되어 물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저도 '사춘기라 좀 예민해진 거겠지'란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딸아이의 손목을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손목에 칼로 베인 듯한 여러 자국과 남아있는 핏기는 우연히 칼에 베인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자해를 한 흔적이 분명해 다그쳐 물었습니다. 아이는 친구들이 자기를 싫어하고, 따돌림받고 있다고 울면서 말했습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커터로 손목을 그었다는 말에 저는 심장이 멈추는 듯하다가 나중에는 화가 나서 딸아이에게 '네가 어떻게 행동했기에 아이들이 너를 따돌려'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딸아이는 활발한 성격으로 초등학교 때까지 친구들과 잘 어울렸습니다. 물론 가끔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보였지만 별 문제없이 지금까지 지내온 터라 걱정이 많이 됩니다.
자신만 세상에 외톨이가 된 듯하고 지금은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는 우리 아이에게 엄마인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마음이 먹먹합니다.
◇ 행복의 씨앗을 가꾸는 마음 읽기
연일 왕따, 집단 따돌림, 학교폭력 등으로 세상이 떠들썩합니다.
예전에는 지저분하거나 힘이 약한 아이들이 따돌림의 대상이 되곤 했지만 요즘 들어서는 외모, 성격, 학업, 행동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요. 최근 들어 우려스러운 일은 SNS을 통한 동시다발적인 정보의 공유로 따돌림 형태가 집단화,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처음 왕따를 당하게 되었을 때 대다수 피해학생은 '내가 왜 왕따를 당해야 하지? 나한테 문제가 있나?'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합니다. 학교 안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자신의 편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아무하고도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사례의 학생도 불안정적인 감정과 존재 가치에 대한 비하, 가해학생에 대한 분노감을 자신의 신체에 고통을 가함으로써 잊으려 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따돌림으로 인한 학생들의 갈등을 성장과정의 자연스러운 경험으로 생각하는 어른은 피해학생이 겪는 심적 고통을 공감할 수 없지요. 또한 여학생의 교우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피해학생을 심리적으로 더욱 위축되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학생은 친구를 사귀는 데 있어 강력한 친밀감을 가진 2~4명으로 이루어진 소집단 형성을 선호합니다. 그런데 그 소집단 안에서도 거의 예외 없이 한 학생은 소외당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때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여학생에게 흔히 나타나는 배제적, 소외적 따돌림을 감지하기 어렵지요.
피해학생이 교우관계에 대해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거나 감정을 자주 표출하면 주변 사람들이 그 원인을 피해학생의 성격적, 행동적 원인으로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혼자만의 고립된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지요. 따돌림 때문에 겪는 고통의 호소에 대한 주변인들의 이러한 반응은 더욱 고립감과 자기비하를 갖게 하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따돌림당하는 학생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부모의 도움과 위로, 그리고 지지입니다.
한 임금님이 있었습니다. 마음은 어질지만 한쪽 눈이 일그러진 얼굴을 가진 임금님은 많은 화가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게 했지요. 화가들은 임금의 흉한 얼굴을 다양하게 그려 임금의 마음을 얻으려고 했습니다. 그중 한 화가가 임금의 옆모습을 그려 들고 와서 임금이 그 이유를 물으니, "사람마다 단점도 있고 장점도 있기 마련입니다. 임금님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찾아 그렸습니다"라는 말에 임금은 크게 기뻐했지요.
부모님의 역할은 바로 임금님 옆모습을 그린 화가와 같아야 합니다. 아이는 또래에서 소외감을 느끼면 자존감도 함께 떨어집니다. 부모가 아이의 장점을 찾아 그려주는 화가가 되어 자존감을 높여주는 디딤돌이 되어야 합니다. "넌 왜 친구들이랑 어울리지 못하니!"보다는, "친구들이 너의 진가를 아직 모르나 보다. 넌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그래서 엄만 항상 널 사랑해"와 같은 부모님의 사랑과 존중이 따돌림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통로가 됨을 잊지 마세요.
또한 자녀에게 힘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입니다.
"네 이야기를 듣고 있어" "널 믿어" "넌 혼자가 아니야" 등의 말은 자녀 스스로 여전히 자신은 괜찮은 사람이고, 그 문제가 해결되면 좋아질 것이며,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합니다.
반면 가해학생의 행동을 최소화하거나 정당화하게 느끼게 되는 말인 "별일 아니야. 그냥 장난일 거야", 자녀의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말 "내가 다 해결해 줄게", 또는 가해학생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게 하는 이야기 "그 아이를 피해" 등의 말들은 따돌림의 장기적 해결책이 될 수 없기에 피해야 합니다.
우리는 매일 거울을 보게 됩니다. 외모를 비추는 거울 말고, 또 다른 '마음의 거울'과도 접하게 되지요. 이 사례는 자녀의 숨겨진 감정에 주목하고, 자녀의 장점을 밝게 비추고 조명할 줄 아는 '거울 부모'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이제 우리 부모들은 자녀와의 진정한 눈높이를 위해 가슴높이를 맞추어야 합니다. 아이에게 일어난 상황의 결과를 보기보다 자녀의 가슴부터 헤아려 귀 기울여 주는 부모가 되길 바랍니다.
사례 학생에게는 내 가치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한테 나의 모든 것을 쏟지 말고, 내 가치를 제대로 판단하는 사람한테 내 모든 것을 쏟으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싶네요. 내 주변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제일 먼저 생각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나에 대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을 실제로 실천해 보면 좋겠어요. 세상의 중심은 '나'임을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새해부터 '상담실에서' 코너를 통해 가정-부부-청소년-은퇴자 문제에 대한 상담 사례를 소개합니다. 청소년 문제를 담당하게 될 진현숙 님은 경북대 문학치료학 석사로 대구광역시 서부교육지원청 Wee센터 전문상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진현숙(대구광역시 서부교육지원청 Wee센터 전문상담사)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