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폴란드 비엘리치카 소금광산은 13세기부터 소금 채굴이 시작된 유럽 최대 소금광산이다. 관광지로도 유명한데 지하 300m 깊이에 갱도 길이만도 300㎞에 이른다. 현재 상업적 채굴이 중단됐지만 이 광산에는 소금을 캐내고 생긴 방이 2천 개가 넘고 성당도 여러 곳 있을 정도다.
'sit above the salt'라는 영어 표현이 있다. '소금 위쪽에 앉다'는 뜻인데 상석에 앉는다는 의미다. 중세 유럽에서 소금은 금보다 더 비쌌는데 소금이 매우 귀한 탓에 귀족의 식탁에 놓인 소금통은 고작 하나였다고 한다. 귀한 손님이 찾아오면 소금통과 가까운 자리에 앉히면서 이런 표현이 생겼다. 한창때 비엘리치카 광산에서 캐낸 소금이 국가재정의 30% 이상을 충당할 정도였다니 한마디로 노다지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이름 그대로 소금 도시다. 고대부터 소금 무역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다. 인근의 잘츠카머구트는 '소금의 영지'라는 뜻으로 세계 최초의 소금광산이 있다. 에티오피아 다나킬 소금호수나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호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천 소금광산이다.
대서양과 접한 프랑스 서부 게랑드 지방은 세계적인 천일염 생산지다. 햇볕에 마른 소금을 조금씩 걷어내 만드는 토반염인 게랑드 소금은 프랑스 정부가 최우수 식품으로 선정할 만큼 까다로운 생산 조건과 전통 방식만을 고집하고 있다. 풍부한 미네랄과 맛 때문에 명품 소금으로 꼽힌다. 이와 비교할만한 것이 서해안의 천일염이다. 하지만 우리 천일염과 게랑드 소금값은 천양지차로 고작 50분의 1이다.
우리 천일염이 마침내 광업에서 어업으로 분류돼 각종 정부 지원이 가능해졌다. 어업종사자 정의에 소금산업 종사자를 추가하는 수산업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서다. 천일염은 2008년 광물에서 식품으로 바뀌고 수산물로 분류됐지만 정작 수산업법에서는 소금산업을 어업에 포함하지 않아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다.
우리 천일염에도 정부 지원의 길이 열린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염전 노예'나 '중국산 포대갈이'와 같은 좋지 않은 이미지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한다. 최고의 소금만을 생산한다는 종사자들의 인식 변화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게랑드 소금처럼 비싼 값을 받고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는 명품 소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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