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시대비 돌파구 일반고 '롤 모델' 대륜고·달서고

2015학년도 대학입시 수시모집에서 서울대에 합격한 대륜고 학생들과 그들을 가르친 교사들. 대륜고 제공

독서 토론을 하고 있는 달서고 학생들 모습.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가 위세를 떨치는 가운데 붕괴 위기라는 일반고로선 돌파구를 찾는 데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학교의 변화가 쉬운 것은 아니다. 교사들 스스로도 어느 조직보다 기존의 방식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은 것이 학교라고들 한다.

일반고들 사이에서 변하려는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위 '잘 나간다는' 학교의 교육과정을 흉내 내 겉모습만 비슷할 뿐, 실제 운영 방식은 이전과 다를 바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화과목, 진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챙긴다고 해놓고 수능시험 위주, 강의식 수업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다. 대학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으니 그런 고교의 진학 실적이 좋을 리도 없다. 변화를 시도, 성공 가도를 달리는 대륜고와 변화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달서고의 사례를 통해 일반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

◆대륜고의 저력은 다양한 진로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일반고의 교육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말은 요즘 교육계의 화두 중 하나다. 대구 대륜고등학교(교장 임운형)는 수년 전부터 수시모집 중심으로 변화하는 대학입시 체제에 맞추고, 학생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륜고가 스스로 강점이라고 꼽는 것은 '창의'인성'진로 집중 교육과정'이다. 1학년 입학 때부터 '대륜인'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애교심이 높아지면 학교생활에 더 충실해지고, 졸업 후에도 모교를 돕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대륜고 옥정윤 교감은 "애국지사가 설립한 민족사학답게 역사와 전통에 대한 긍지를 가진 학생이 되라고 강조한다"며 "학생, 학부모, 교사, 재단, 동문이 힘을 모으는 것이 학교를 더 발전시키는 힘이다"고 했다.

대륜고는 학교가 운영하기 편하도록 미리 진로 집중 교육과정을 계획하지 않는다.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 매년 맞춤형 교육과정을 편성해 운영한다. 학생들이 원하는 진로와 관련한 동아리 활동도 강조한다. 과제연구 활동을 통한 논문 작성, 예체능 프로그램 등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또한 다양하게 운영한다.

외부의 힘을 빌리는 데도 적극적이다.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와 수성구청 창의적체험활동지원센터의 인력풀을 활용해 ▷학생부 종합전형 대비 특강 ▷진로'전공 심화 프로그램 ▷학술 동아리 지원 프로그램 ▷과제연구 프로그램 등 운영하고 있다. 각종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할 능력이 부족하면서도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고집을 버리지 못하는 학교가 적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학생들에게 무엇을 더 챙겨줄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같은 노력은 진학 실적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이번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대륜고는 일반고임에도 7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영재학교인 대구과학고를 제외하면 특목고와 자사고까지 통틀어 대구 고교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들도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데 이 같은 프로그램에 참가한 경험은 큰 힘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 의예과에 합격한 윤홍준 군은 "단순히 교과 수업만 챙기는 것을 넘어 방과후학교 등을 통해 생명과학 등 심화과목, 과제연구 등을 경험했다"며 "다양한 교내 활동과 진로 관련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덕분에 꿈을 구체화할 수 있었고 학생부 기록도 풍성해져 대학입시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유지상(서울대 수의예과 합격) 군은 "각종 생물 관련 특강을 챙겨 듣고 생물 동아리 활동을 하는 등 지원 분야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보여준 것이 합격의 비결"이라고 했다.

교무부장인 김동현 교사는 교사의 열정과 노력에 더해 지자체와 교육청, 전문 기관의 지원이 잘 어우러질 때 최대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사는 "수성구청의 교육경비, 대구시교육청의 교육과정 특화 사업 예산 등을 지원받아 외부 기관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활용할 여력이 생겼다"며 "외부 전문기관에 프로그램 운영을 맡겼다고 해도 교사가 함께 이 프로그램 운영 과정을 챙겨나가야 그 질이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닥부터 다시 짚는 학교 컨설팅', 달서고의 도전

학교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외부 기관에 컨설팅을 의뢰하는 일이 그렇다. 학교의 치부를 외부 인력을 통해 드러내는 일이라 내부에서부터 거부감이 생기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만한 상황이다. 자칫 수면 아래 있던 갈등이 표면화해 분란이 커질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대구 달서고등학교(교장 양근식)의 과감한 선택은 더욱 돋보인다. 달서고는 민간 기관에 학교 컨설팅을 의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외부에 컨설팅을 의뢰할 경우 장점은 조직 내부에선 잘 보이지 않는 문제점을 객관적 시각에서 짚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달서고는 학교 분위기를 바꾸고,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생각에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에 손을 내밀었고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변화가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학교 구성원들의 뜻을 한데 모으는 게 필수다. 달서고는 '제2의 창학'이라는 기치 아래 학교 전체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아 컨설팅을 의뢰했다. 올해 상반기부터 교사와 학생 면담, 수업 참관, 학부모를 포함해 학교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까지 이어졌다.

설문 조사는 학교 구성원들의 생각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설문 조사 결과 학교 구성원 모두 학교에 대한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 경우 달서고가 다른 학교에 비해 좋은 점으로 '학생 개개인에게 관심을 갖는 교사'라는 답이 가장 많았고, 아쉬운 점으로는 다수가 '학교 시설'을 들었다. 학부모들은 학생 개개인에게 교사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장점이라고 꼽았다. 하지만 교사들이 잘하고 있다고 답한 진로 준비, 학력 관리 등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의 중'장기 발전 계획을 실천한 태스크포스가 구성됐고, 학교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달서고 학생들이 다른 학교에 비해 수업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수업 방식을 도입했다. 이른바 '거꾸로 교실' 방식이 그것이다. 이는 교사들이 만든 10분 안팎의 동영상 강의로 기존의 수업을 대신해 학생들이 이를 미리 보고 오도록 한 뒤, 수업 때는 학생들이 주체가 돼 토론이나 과제 수행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달서고 김순천 교감은 "전 교사를 대상으로 전문가가 연수를 진행하고, 교과별로 수업의 방향성과 수준을 조정하는 등 수업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다수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돼 교사들도 힘이 난다"고 했다.

진로와 진학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1교사 1전공 전문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학생들이 관심을 가진 전공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진로를 명확히 설정할 수 있도록 교사들이 특정 전공에 대한 지식을 쌓게 한 것이다. 수능시험 중심에서 벗어난 것도 달서고 교육과정의 특징적 변화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교과연계형 독서 활동이 있다. 달서고의 모든 수업 시간에는 교사들이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부교재를 선정해 학생들에게 읽게 한다. 학문 탐구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키워주려는 의도다. 또 '일일 활동 보고서' 제도를 도입, 학생들이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을 매일 기록하도록 했다.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관계자는 "이 같은 변화가 지속되면 학교에 활기가 돌고 우수한 인재들이 이 학교를 찾게 될 뿐 아니라 대입 수시모집에 대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