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희의 교육 느낌표] 전국 책 축제, 다시 시작이다

입력 2014-12-30 07:31:57

2014년 12월 19일, 전국 책 축제가 대구 EXCO에서 열렸습니다. 전국 책 축제에는 대구 학생들의 책쓰기 결과물만이 아니라 전국 책쓰기 동아리 212개의 결과물도 함께 전시되었습니다. 힘들지만 묵묵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만들어 낸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2009년부터 시작된 대구교육의 책쓰기가 이젠 전국적인 정책으로 자라난 것이지요.

올해 9월부터 11월까지 대구 책쓰기 선생님들과 함께 강원권, 충청권, 수도권, 호남권, 영남권 등으로 나누어 책쓰기 권역별 연수회를 진행했습니다. 책쓰기는 단순히 한 권의 책을 쓰는 고통스러운 과정만이 아니라는 것, 그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또 다른 나를 만나고 나와 대화하면서 세상을 향해 따뜻한 손을 내미는 법도 배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책쓰기, 그게 별거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늘 그렇게 대답합니다. '별거 아닌 그것이 바로 별거다.' 책쓰기는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이지만 바로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부르는 가장 소중한 일입니다. '문제를 끝까지 밀고 나가세요. 생각을 계속 붙잡으세요. 글쓰기를 통해서 나를 바라보세요. 내가 사는 모습대로 글이 되고 말이 나옵니다. 그래서 글을 바꾸는 것은 삶을 바꾸는 것이고, 삶을 바꾸어야 글이 바뀝니다'라고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글은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게 지배받고 통제받고 있는 내 삶을 꿰뚫는 날카로운 화살이고 칼이고 창입니다. '쓰는' 행위는 타인에게 나를 드러내는 행위로부터 시작하여 지금의 나를 넘어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행위이며, 하나의 내가 아닌 훨씬 더 많은 나를 만나는 행위입니다. 신기하게도 쓰게 되면 생각이 정리됩니다.

그렇게 바쁘다고 하면서 글을 쓰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이따금 받습니다. 늘 어리석고 부족한 내가 쓰는 행위에 집착하는 이유는 바로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유일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이게 맞을까? 아니면 저게 맞을까? 이게 옳을까? 아니면 저게 옳을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루어지는 생각의 굴레들이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정리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쓴다는 것은 단지 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어떻게 읽을까 하는 마음도 담겨 있습니다. 당연히 내 생각을 넘어 타인의 생각까지 포함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 뒤에 정책으로 진행하는 경우에도 거기에서 파생되는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책에 나오는 내용, 다른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를 메모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 훨씬 소중하고 능동적인 행위가 나의 생각, 나의 이야기를 나 스스로 적어가는 일입니다. 그것이 나를 성장시키는 가장 의미 있는 도구입니다. 책쓰기는 바로 그 과정을 정책으로 만들어 낸 것입니다.

갑자기 2008년 책쓰기를 시작하던 날이 떠올랐습니다. 15명의 아이들과 함께 책쓰기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큰 정책으로 발전하리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단지 이런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상처에 대응해가는 힘을 기르고 그 힘을 통해 미래로 뚜벅뚜벅 걸어가기를 바랐을 뿐입니다. 역사는 우연처럼 반복된다는 말처럼 4개월 정도의 책쓰기 활동을 대구 독서 관련 교사들에게 공개한 날이 2008년 12월 19일이었습니다. 6년이 지나고, 그것도 같은 날에 이젠 대구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책쓰기가 이루어졌고 함께 모여 그 행복을 누리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닙니다. 새로운 시작입니다. 대한민국 모두가 책쓰기와 사랑에 빠지는 그날을 그립니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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