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어두운 창고에서/ 마르크 베네케'리디아 베네케 지음/ 김희상 옮김/ 알마 펴냄
마르크 베네케는 오랜 동안 수집한 풍부한 범죄 사례를 범죄심리학의 눈으로 다시금 검토했다. 그는 아내인 범죄심리 전문가 리디아 베네케와 함께 범죄자의 내면을 들여다봄으로써 우리가 흔히 '괴물'이라 부르는 이들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들이 타고난 살인마인지, 아니면 환경의 피해자인지 본질적으로 파고들었다.
이를 위해 베네케는 범죄자들이 살아온 삶의 여정을 탐색한다. 희생자와 범인, 그들의 가족과 만나 인터뷰하면서 사건에 대한 과학적인 정보가 말해주지 않는 새로운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히틀러, 7년 동안 300여 명의 어린 소년을 살해한 콜롬비아의 연쇄살인범, 방금 죽은 신선하고 따뜻한 시체의 내장을 만지고 싶다는 욕구에 사로잡힌 시간증(시체에 느끼는 성욕)을 앓는 소년 등 베케네는 우리가 흔히 '괴물'이라고 부르는 이들의 내면을 따라간다. 그리고 그 끝에서 지극히 평범한 작고 여린 '어린아이'를 발견한다. 잔혹한 범죄의 씨앗은 대부분 어린 시절 상처로부터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덧붙여 똑같이 심리적인, 혹은 정신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는 것은 어쩌면 그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의 정도'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악의 어두운 창고'에서 발견한 마지막 희생자는 바로 범인 자신이다.
범인의 내면에서 숨은 희생자를 발견하는 베네케의 통찰은 불편하지만 꼭 필요하다. 동정이나 연민 차원이 아니라 희생자가 더 생겨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악마의 내면을 직시할 때 비로소 범행을 예방하고 교정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582쪽, 1만9천800원.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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