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상징그림 실내 장식 버젓이 '전범 미화' 논란

입력 2014-12-26 10:54:50

북구 복현동 프랜치이즈 주점…독일 대사관 "처벌 될 수도"

22일 대구 북구 복현동 B주점 앞에 히틀러 차림을 한 피카츄 그림이 붙어 있다. 홍준헌 기자
22일 대구 북구 복현동 B주점 앞에 히틀러 차림을 한 피카츄 그림이 붙어 있다. 홍준헌 기자

한 프랜차이즈 주점이 히틀러 차림을 한 만화 캐릭터를 버젓이 걸어 두고 있어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6시 대구 북구 복현동 B주점. 업소 안팎에 붙은 A4용지 크기의 포스터에는 히틀러의 머리 스타일과 콧수염을 한 포켓몬스터 '피카츄'가 그려져 있다. 피카츄의 왼쪽 팔에는 나치 독일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철십자)가 그려진 붉은 완장도 보였다. 피카츄는 오른손을 앞으로 뻗고 '한잔 더!'라고 외치는 모양새였다.

손님들은 그림이 독특하다면서도 전범인 히틀러를 미화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학생 김모(26) 씨는 "주점에 히틀러 그림이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우리나라에 온 독일 유학생이 이를 보기라도 하면 기분이 상할 것 같다"고 했다.

이 그림은 한 외국 누리꾼이 '히틀러 피카츄'(Hitler pikachu)라는 이름으로 패러디한 것으로 인터넷에 돌고 있다.

이 프랜차이즈 주점은 전국에 100여 개 가맹점이 있으며, 대부분이 피카츄 그림을 실내장식에 쓰고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도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 가맹점 사진을 올리며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히틀러는 유대인을 학살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주도했다. 그를 패러디한 그림을 내건 것은 나치를 옹호하는 일이자 전쟁 피해자를 모독하는 일이다"고 했다.

업체 관계자는 나치를 옹호할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B주점 복현점 주인은 "본사 차원에서 통일한 실내장식이고, 풍자물이라 문제가 있는지 몰랐다"고 했다. 본사 관계자도 "인터넷에 있던 그림을 빌렸을 뿐이다"고 밝혔고, 실내장식 수정 여부에 대한 답변은 피했다.

주한독일대사관은 나치 및 네오나치(신나치) 기관의 상징과 구호를 사용하는 일이 독일 형법에 위배되는 만큼 처벌에 이를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대사관 관계자는 "아직 독일에서 이 그림이 문제 된 적은 없지만 독일 법원이 해당 그림을 위법이라 판결한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문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동진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풍자물은 특정 대상을 알려진 바와 다른 모습으로 표현해 새로운 의미를 만든다. 부정적 인물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기존의 부정적 인식을 약화할 수 있어 교육 및 문화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등 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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