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실천 즐기는 이석기 씨

입력 2014-12-26 09:18:06

"힘든 이웃에 작은 도움이 큰 희망 될 수 있죠"

23일 대구 동구 안심2동 일대에서 홀몸노인 11가구에 연탄 나누기를 한 이선기(맨 오른쪽) 회장과 동구자원봉사센터 봉사자들.
23일 대구 동구 안심2동 일대에서 홀몸노인 11가구에 연탄 나누기를 한 이선기(맨 오른쪽) 회장과 동구자원봉사센터 봉사자들.

"우리 주변에는 아직 추운 겨울을 나기 어려운 분이 많아요. 연탄불이라도 따뜻하게 피워 마음에 온기를 전하고 싶어요."

23일 오후 2시 대구 동구 안심2동 일대. 차가운 바람을 뚫고 노란 조끼에 검정 앞치마를 두른 봉사자 10여 명이 마을 공터에 쌓여 있는 연탄을 홀몸노인 가구에 배달하고 있었다. 봉사자들은 각자 얼굴에 검뎅이가 묻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사랑의 인간 사슬이 연결됐다. 손에 손으로 한 장씩 옮겨지는 연탄은 창고 안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봉사자들은 3시간 만에 홀몸노인 11가구에 연탄 3천300장을 배달했다. 할머니가 고마움의 답례로 커피 한 잔을 대접하려 하자 봉사자들은 손사래를 치며 집을 서둘러 떠났다. 이날 연탄 나누기의 주인공은 이선기(57'팔공산온천관광호텔 회장) 씨다. 대구 동구자원봉사센터 회원들도 이 씨를 도와 연탄 배달에 동참했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혹시라도 누가 될까 봐 점심시간을 피해 봉사해요. 자칫 밥까지 얻어먹게 된다면 마음이 아프잖아요."

이 회장은 이날 보일러실에 들어가 연탄 쌓는 일을 자처했다. 좁은 연탄창고는 연탄가스에 공기가 좋지 않아 들어가기 꺼리는 곳이다. 또 무거운 연탄 리어카를 앞에서 끄는 일도 그가 주로 맡는다. 그는 연탄 나누기를 한 지 3년째 됐다. 작년에는 동구 신용동 마을에 연탄을 들여주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이 마을은 3대가 어렵게 사는 농가가 많다. 이곳 역시 5농가에 1천500장의 연탄을 나눴다. 또 동구 평광동 일대 노인 무료급식 가정집에 연탄을 배달해주고 김장용 배추, 정수기를 기증하기도 했다.

"제가 부모의 도움 없이 어렵게 자라 힘든 이웃의 마음을 잘 알아요. 그들에게는 조그마한 손길이지만 커다란 희망이 될 수 있거든요."

그는 젊은 시절 목욕탕 일회용품인 면봉, 칫솔, 치약, 면도기 등을 팔아 사업을 일궜다. 그는 호텔을 운영하면서 이웃사랑이 하나의 즐거움이 됐다. 지역 어르신을 모시고 8년째 무료 온천 목욕을 제공하고 있다. 무료 목욕은 한 해 12차례 정도 실시하고 1천여 명의 어르신이 온천을 찾는다. 이 밖에도 그는 동대구역, 신암공원, 동구자원봉사센터 무료급식소에서 밥퍼 봉사를 5년째 하고 있다. 어버이날에는 지역단체 경로잔치 지원도 하고 있다. 또 매년 소방공무원 자녀 8명에게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소외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고아원 건립과 육영사업을 적극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석 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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