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움츠린 기업기부 문화, 나눔 실천으로 사랑의 온도 높이자

입력 2014-12-25 10:36:03

올 연말은 경북지역 기업들의 기부 규모가 사상 최악으로 기록될 전망이라는 우울한 소식이다. 계속되는 경기 불황과 세월호 참사 여파가 연말 기부의 손길을 오그라들게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없지 않다. 하지만 특히 세모를 맞아 어려운 이웃들을 한 번쯤 뒤돌아보며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지향해야 할 우리 사회에 자꾸만 냉기가 더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올 연말 기업 기부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8%포인트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전국 평균인 51.7%에도 훨씬 못 미친 것은 물론이다. 기업기부 비중이 이처럼 낮은 것은 공동모금회 설립 17년 만에 처음이다. 최근 몇 년간 기업기부 비중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참여 기업 수도 감소세라고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기대에 못 미치는 기업기부에 비해 개인기부는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경북의 개인 기부금은 83억 5천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억 원 이상 늘었다. 어려운 여건에도 이렇게 개인 기부금이 늘어난 것은 우리 사회의 온정이 아직은 살아있다는 따뜻한 방증이다.

경북은 서울과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모금액이 많은 곳이다. 그것은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유교적 이상사회를 추구하면서도 백성들의 궁핍한 삶에 주목하며 향약 시행 등에 앞장섰던 경북 선비의 정신을 이어받은 것이기도 하다. 향약의 강령 중 하나인 환난상휼(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도와준다)이 그렇고, 가난할수록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는 민간의 속담이 그렇다.

물론 기업기부가 이렇게 줄어든 것은 그만한 현실적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추세라면 지역 내 빈곤층 지원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투입할 내년도 복지비용 마련에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전언이다. 그래서 어려움도 함께 나누며 대동사회를 추구했던 선조의 정신이나, 경북 기업의 나눔 실천 전통이 더 절실한 것이다. 나아가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 기부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기부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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