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다시보기]대구시립극단-크리스마스 캐럴

입력 2014-12-25 07:14:57

어린이에겐 대사 어럽고 어른 보긴 가창력 실망

20일부터 공연된 대구시립극단의 뮤지컬 '크리스마스 캐럴'은 3년째 매년 연말이면 공연되는 레퍼토리로, 많이 다듬어지며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아동극 시장이 침체된 상황 속에서 연말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시민들에게 선사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연극 전문 배우들이 뮤지컬이라는 색다른 장르에 도전하면서 가창력이 부족해 전반적인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렸으며, 음악적 완성도가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A씨는 "주요 테마가 변주되는 리프라이즈(reprise'반복) 없이 모두 색다른 곡으로만 채워지다 보니 음악적 재미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주제를 음악적으로 전달하는 데도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B씨는 "배우들이 연극적으로는 뛰어난 연기자들인데, 무리하게 노래까지 소화하다 보니 실력이 반감돼 보이고 단점이 부각돼 보인다는 점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셉트였지만 성인과 어린이 모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는 실패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C씨는 "어린이의 시선에 맞추자면 대사나 구성이 너무 어려워 보다 쉽게 다듬을 필요가 있고, 그렇다고 어른이 보기엔 가창력이라는 요소가 충족되지 못해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공연이 아닌가 싶다"며 "보다 수요자 타게팅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출에 있어서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였다. 계명문화대학 학생 코러스를 통해 무대를 풍성하게 채워내면서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고, 특히 '시간'이라는 코드로 극 전체를 이끌어가려는 시도는 좋았다는 평가다. 다만 조명의 무빙이 너무 혼란스러웠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매일신문 공연평가위원단은 연말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레퍼토리라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작품이지만, 꼭 시립극단에서 정기공연 한 회를 없애가면서 이런 공연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함께 고민해 봐야 할 과제라는 진단을 내놨다. D씨는 "이런 부분은 문예회관 차원에서 보다 스케일 있는 무대로 꾸미고, 극단은 정기공연을 통해 '시립'만이 시도할 수 있는 무게감 있고 정통성 있는 연극 공연을 선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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