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마지막 목요일인 오늘은 아쉽지만 'ㅋㅋㅋ클래식'도 마지막 편이 될 것 같습니다. 음악에서 만큼은 알고 모름이 아닌 좋고 싫음이라 여기는 저로서는 클래식 음악의 편견을 누그러뜨리고자 했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 부족한 글재주로 의욕만 앞세운 채 쓰다 보니 두서없는 글들만 적은 것 같습니다. 아직 못다 한 이야기도 많이 남아 아쉬움은 더하지만 이제 'ㅋㅋㅋ클래식'도 접을 시간이 왔네요. 접는다는 것, 언젠가 펼쳐보기 위함이 아닐까요. 추후 기회가 된다면 더 양질의 내용으로 알차게 꾸며 독자들과 만나고 싶은 바람을 살짝 내비치며 예술에 대해 평소 간직하던 소신을 적은 편지글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합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예진입니다. 공연을 기획하고 곡을 쓰지요. 때로는 이렇게 글도 쓰면서요. 어린 시절, 제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바로잡으시던 어머니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먹을 때는 너를 위해 먹고, 입을 때는 남을 위해 입거라." 예수는 가라사대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마라" 하셨거늘, 저는 예수님 말씀보다 어머니 말씀을 더 따르며 살았나 봅니다. 세뇌의 힘은 외출 전의 나로 하여금 무엇을 입을까 항상 고민하게 했거든요. 거울 앞에서 늘 최선을 다해 단장을 했지요. 꾸밈은 비단 외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와 나누는 말 한마디에도, 행동거지 하나하나에도 멋을 잔뜩 부렸지요. 지금도 잔뜩 멋 부린 자취방에서 또 잔뜩 멋 부리며 글을 쓰고 있네요.
일찌감치 멋 부리기를 좋아한 저는 예술을 하며 살고 싶었어요. 멋 부리며 살기에 이만한 것도 없었거든요. 오선지에 잔뜩 멋 부리며 펜대나 잡고 있던 제 모습을 꽤 멋스럽게 여겼어요. 그렇게 오랜 시간 예술을 공부했는데, 있잖아요, 알면 알수록 아는 게 많아야 정상이라는데 '예술공부'는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게 더 많아지고 더 어려워지더라고요. 제가 어설프게 공부해서 그렇다고 하기엔 소위 대가로 불리는 분들도 여기에 확신하지 못한 듯 보였어요. 그전에는 뭔가 대단한 거라도 하는 사람처럼 우쭐대곤 했는데 채워지지 않은 채 적잖은 세월만 흘려보내니깐 조바심만 났어요. 그때 노벨 문학상을 받은 아나톨은 마치 여봐란듯이 이런 말을 남겼더라고요. "야! 이 바보야! 안다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 상상하는 것이 중요하지."
결국 우쭐은 혼쭐이 났고 교만했던 접근방식을 반성했어요. 제가 했던 그 대단한 것이라는 그것도 따지고 보면 별것 아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예술은 '앎'이 아니라 '삶'이니까요. 그리고 음악은 음학(音學)이 아니라 음악(音樂)인데, 저는 뭐 그리 알려고 했을까요.
그런 점에서 내일 아침이 되면 "오늘 무엇을 입을까" 상상하는 모두에게 그것도 예술이라 말하고 싶어요. 감히 말입니다. 제가 "예술하며 살고 싶다"라고 말했던가요. 지금은 그저 "살면서 예술"하고 싶어요.
이예진(공연기획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