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회생(回生)의 비밀

거듭 주장하지만, 진정한 도시와 문명의 힘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혁신의 엔진은 도시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산다. 위대한 번영은 언제나 새로운 사고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되었다. 특정 도시나 사회, 국가를 발전시키는 비밀은 우선 부(富)가 축적되어야 하고, 둘째 지성(知性), 지식인들이 몰려들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대부분의 도시는 모두 동일한 사유, 즉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회사와 상품, 새로운 시장개척, 새로운 부품과 소재, 새로운 조직, 새로운 노동 윤리를 바탕으로 위대한 도시와 문명을 발전시켰다.

그런데 어리석은 사람들은 여전히 사람이 아닌 거대한 구조물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거대한 건축물은 결과이지 발전의 원인이나 동력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건축은 '새로운 생각을 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의 모든 문명, 도시의 흥망을 결정짓는 열쇠는 언제나 '사람'이었다. 물리적 인프라보다 인적 자본이 문명과 도시의 흥망을 결정했다. 그 중심에 '교육'이 있다. 교육과 국가 GDP 사이의 이런 놀라운 상관관계를 경제학자들은 '인적자본의 외부효과'라 부른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할 때 훨씬 더 생산적으로 변한다.

문명은 정체해 있을 때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문명이 거대하고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거나 해결할 수 없을 때 몰락은 시작된다. 한마디로 '인식의 한계점'에 도달했고 이것은 강한 역류와 같다. 일단 역류를 만나면 아무리 노력을 기울이면서 애를 써도 소용없다. 전진이 불가능하다.

과거 인간을 광범위한 산업체의 톱니바퀴로 만듦으로써 헨리 포드는 모든 것을 많이 알지 않고도 고도로 생산적으로 변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식이 계속해서 발전하지 않으면 그것은 자기를 파괴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산업도시라는 이례적인 시대는 끝났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스스로 변화해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제조업 도시들이 무너진 이유는 성장의 요인, 즉 기술, 중소기업 육성, 그리고 외부세계와의 강력한 연대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사람'(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소홀이 있다.

그런데도 똑똑하다는 관료들은 여전히 어리석은 정책을 반복한다. 미국의 디트로이트는 바보처럼 people mover(한국에선 지하철, 지상철, 부산-김해 경전철, 용인 경전철, 인천의 은하철도 999, 1980년대 마산항 컨테이너 부두, 광양항 개발, 울진'무안 공항 등) 같은 데 투자하면서 쇠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그 결과는 도리어 도시의 '몰락'이었음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산업도시의 거대한 공장들은 비교적 숙련도가 낮은 근로자들을 수십만 명 채용했고, 이 공장들은 자기 충족적이었기 때문에 엄청난 양(量)의 똑같은 제품들을 저렴하게 제공할 때를 제외하고는 외부 세계로부터 단절되어 있었다. 결국 이런 대기업, 단순노동, 단일제품, 단절은 쇠락의 원인이 되었다. 이와 유사하게 아마도 가장 일반적인 실수는 이러한 도시들이 주택 프로젝트, 대규모 오피스타워, 혹은 멋진 최첨단 운송시스템을 갖추면 다시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다.

1970년대 몰락의 침울함에 빠져 있던 뉴욕을 세계의 중심지로 회생시킨 것은 수많은 수학자, 금융업자, 디자이너, 예술가, 스포츠스타, 음식전문가 등 모두가 숙련된 기술과 새로운 생각을 새로운 제품으로 만든 사람들이었다. 이젠 구식산업 모델을 완전히 털어내야 한다. 특히 도시의 회생은 '경쟁' '연결' '인적자본' 같은 미덕들을 포용해야만 가능하다. 방대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다양한 영역의 전문지식이 결집되어야 한다. 오늘날의 시스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재능을 한 사람이 갖추기란 불가능하다.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길이 남아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 길을 가야만 부와 번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김희국/국회의원